물에 빠지고 하늘로 치솟고 “살려주세요”…남해바다서 해상 생환훈련[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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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17. 오전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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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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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경남 남해군 미조면 미조항 앞바다에서 공군 생환교육대 교관이 낙하산견인훈련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공군 제공


14일 경남 남해 앞바다서 국방부 기자단 대상 공군 해상생환훈련 체험

비상탈출시 조종사 생환능력 함양 훈련

드래그·낙하산 강하·견인 및 탐색구조훈련 등 실시

연간 1400여 명의 공중 근무자들이 4년 6개월마다 5일간 생환훈련


지난 14일 오후 남해 끝 푸른 파도 넘실대는 경남 남해군 미조면 미조항 인근 앞바다. 국방부 기자단 선발대를 대상으로 한 조종사 해상 생환훈련 체험 현장. 거친 파도 속에 실전처럼 진행됐다.

공군 훈련정 후미에 로프에만 의존한 채 4m 상공에서 매달려있던 참가자들은 교관의 입수 구령에 맞춰 그대로 바다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정신을 차릴 여유도 없이 구명조끼에 연결돼 있던 줄이 훈련정 속도에 맞춰 참가자들을 끌고 갔다. 훈련 체험 전 배운 동작을 떠올리며 줄을 아래로 누르고 상체를 올리자 파도를 겨우 극복한 채 호흡할 수 있었다.

그대로 몇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배 위에서 교관의 백드랙(Back drag) 지시가 내려졌다. 바다에 갓 입수했을 때 정면으로 끌려갔다면, 이제는 등진 채 끌려가는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선상에서 배운대로 다리를 넘기며 배 정면을 향했던 몸을 한바퀴 꼬았다. 백드랙 자세는 완성됐지만 그대로 머리와 상체가 바다에 잠겨 호흡이 불가능했다.

참가자들은 바닷물을 연신 삼키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파도를 등진 채 최대한 상체를 들었다. 이윽고 교관이 배와 연결된 줄을 해제하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구명조끼에 연결된 줄을 해제하려는 순간 문제가 생겼다. 왼쪽은 쉽게 풀렸는데 나머지 한쪽을 해제하지 못한 것이다. 오른쪽 줄을 풀지 못하며 그 상태로 또 배에 끌려갔다. 이때부터는 정말 생존싸움이다.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는 가운데 계속해서 오른쪽 줄 해제를 시도했다. 결국 두 손을 사용해 줄을 풀고 나서야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게 된다.

공군 해상생환훈련에 참가한 국방부 기자단이 탐색구조훈련을 체험하는 모습.공군 제공


공군 조종사가 되는 과정은 험난하다. 조종기술은 물론이고 비상상황 아래 생환하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생환이란 전·평시에 공중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난됐을 때 조기에 구조전력에 의해 귀환하거나 조난자 스스로가 자력으로 원대복귀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근본 목표는 유사시 공중근무자들이 각종 조난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고 생환에 성공함으로써 아군의 전투력을 보존해 차기 군사작전 및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다.

공군 조종사들은 비상상황 발생시 기본적으로 낙하산에 의해 공중 탈출한다. 지상으로 강하를 시도해야 하는데 착륙지점이 바다인지 육지인지 알 수 없다. 육상이면 큰 문제가 없지만 해상일 경우 많은 난관이 기다린다.안전하게 바다에 떨어졌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해상에서 부는 바람에 의해 낙하산이 바다 위에서 끌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해 미조 앞바다에서 펼쳐진 공군 해상 생환훈련 체험은 △드래그 훈련 △해상탐색구조 훈련 △낙하산 부양 강하 훈련 등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훈련의 목적은 공중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난을 당했을때 구조대의 도움을 받는 방법을 체득하거나, 자력 복귀 능력을 습득하는 데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가정해 참가자들이 제일 먼저 경험한 훈련이 공군 해상생환훈련의 한 종류인 낙하산견인훈련(DRAG)이다. 배에 달려 있던 줄이 낙하산 줄이라 가정하고 끌려갈 때 호흡을 유지한 채 낙하산 줄을 분리할 수 있는 훈련을 받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군 조종사들이 탈출 후 낙하산에 의해 끌려가는 속도는 15노트(시속 28km)라고 한다. 공군 관계자는 “공중근무자들이 공중임무 수행 중 비상상황 발생 시, 육지수상해상 등 어떠한 장소와 상황에서도 살아 돌아올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이 훈련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경남 남해 미조면에서 공군 생환교육대 교관이 낙하산부양강하훈련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공군 제공


공군에 따르면 연간 1400여 명의 공중 근무자들이 4년 6개월마다 5일간의 생환훈련을 받고 있으며, 조종사를 대상으로 한 하계 생환훈련에는 약 400명 안팎이 참가한다.

첫 번째 훈련은 드래그(Drag). 낙하산을 맨 채 바다에 빠졌을 때를 대비한 훈련이다. 실제 낙하를 할 수는 없어 상황을 모의로 구성하는데, 로프에 매달린 채 기동 중인 선박 갑판에서 4m가량을 수직 낙하해 입수하며 모의 상황을 구성했다.

오형모 공군8126부대장 중령은 “해상 생환훈련은 실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우리 소중한 자산인 조종사들의 생존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실전과 같은 훈련을 통해 공중근무자의 생존성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공군 관계자는 “실제로 탐색구조에 나설 경우 다운워시에 의해 구명정이 전복될 수 있다”며 “따라서 구조인원은 미리 구명정에서 내려 있거나, 인원이 다수일 경우 서로 붙어있고 흩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 훈련은 조종사들이 항공기 비상탈출 후 낙하산을 이용해 안전하게 해상으로 입수하는 과정을 숙달하는 낙하산부양강하훈련이었다.

이 훈련은 실제로 항공기에서 뛰어내릴 수 없기에 훈련정에 실린 낙하산에 매달려 공중 부양한 뒤 입수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110m에 달하는 낙하산 견인줄이 견인선에 의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줄이 훈련정에서 다 빠져나갔을 때 즈음 참가자들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대로 낙하산과 함께 공중 부양했고 70m 상공까지 떠올랐다.

분리 신호에 따라 견인줄을 분리하자 낙하산이 서서히 떨어졌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구명정에 의해 안전하게 구출되면서 이날 모든 훈련은 마무리됐다.

공군 생환교육대 교관 김기환 상사는 “실제 조난 상황은 전시와 평시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공중근무자에게 닥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실제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조난자를 구해줄 수 없기 때문에 실전과도 같은 훈련을 통해 언제든지 살아 돌아올 수 있게끔 강인하게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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