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출생신고하러 간 사이... 엄마와 쌍둥이들에 떨어진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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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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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캡처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으로 엄마와 생후 4일 된 쌍둥이가 모두 숨진 가운데, 이날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관공서에 갔던 아버지만 살아남은 사연이 SNS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14일 알 자지라 방송과 엑스(구 트위터) 등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중앙에 위치한 데이르 알-발라에 살고 있는 아빠 모하메드 아부 알-쿰산은 13일 오전 관공서에 쌍둥이 자녀의 출생을 등록하려고 갔다.

그러나 관청에서 두 아이의 출생등록증을 받아서 돌아오는 알-쿰산에게 이웃들이 전화를 해 그의 가족이 임시 살고 있던 집이 폭격을 받았다고 알렸다.

주말에 태어난 딸 아이살, 아들 아세르, 그의 아내, 장모가 모두 그 자리에서 숨졌다. 약사였던 아내는 제왕절개로 두 아이로 낳았고, "기적" "모든 것이 순조롭다"며 쌍둥이의 출산을 페이스북 지인들에게 알렸었다.

부부는 테러집단 하마스가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잔혹한 테러를 저지르기 전인 작년 7월에 결혼했고, 아내 주마나 아라파는 페이스북에 "영원히 함께"라고 썼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동영상을 보면, 아빠 알-쿰산은 울부짖으며 정신줄을 놓은 상태였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고, 나는 두 아이가 태어난 것을 기뻐할 틈도 없었다" "아내는 이제 갓 애를 낳았는데"라며 "제발 아내와 아이들을 보게 해 달라"고 울었다. 아빠는 두 아이의 출생등록증을 들고 있었다.

AP 통신에 따르면, 가자 지구의 북부인 가자 시티에 살고 있던 알-쿰산 부부는 이스라엘군의 가자 침공 초기에, 이스라엘군의 대피 통보에 따라 집을 떠났다. 알-쿰산은 임신한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의 지시를 따랐고, 중부의 데이르 알-발라의 한 아파트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고 한다.

전날인 12일 저녁엔 가자 지구 남부의 칸 유니스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으로 한 집에 있던 두 가족 10명이 몰살했다. 5∼12세의 아이 5명과 부모, 세 자녀를 둔 또 다른 가정의 부모가 숨졌다. 유일한 생존자는 3개월 된 아기뿐이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알-쿰산과 같은 개별적인 민간인 피해 상황에 대한 문의엔 답변하지 않는다. 민간인 피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IDF는 민간인 살상을 피하며, 민간인 사상(死傷)은 테러집단인 하마스의 대원들이 민간인들과 섞여 있기 때문이다" "IDF의 모든 공격은 테러 시설이 있거나 공격 지역에 테러범이 있다는 정보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일에도 이스라엘 공군의 가자 시티 내 학교 공습으로, 이곳에 대피해 있던 민간인 80명 이상이 숨졌다. 당시에도 IDF 대변인은 학교가 "하마스와 (또 다른 테러 집단인) 이슬라믹 지하드 대원들의 군사시설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에도 이스라엘 공군의 가자 시티 내 학교 공습으로, 이곳에 대피해 있던 민간인 80명 이상이 숨졌다. 당시에도 IDF 대변인은 학교가 "하마스와 (또 다른 테러 집단인) 이슬라믹 지하드 대원들의 군사시설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에 따르면, 4만 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 희생자 중에는 1만 6400명의 어린이가 포함돼 있다. 115명은 신생아였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지난 8일 "생후 수 개월도 안 돼 부모를 잃은 아기들도 수천 명에 달한다"며 "1만7000명의 어린이가 부모와 헤어졌거나 보호자 없이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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