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알리, 판매금지 ‘조준경’도 유통… 사제총기 결합땐 살상무기

입력
수정2024.07.25. 오후 2:15
기사원문
김린아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 캡처


‘영점 조절 기능’ 부품 제외땐

세관통과 허점 이용 분리배송


저격총을 만드는 데 쓰이는 ‘조준경’이 국내에서는 허가 없이 소지·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C-커머스)을 통하면 편법으로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점 조절 기능을 빼면 세관 통과가 가능하다는 허점을 이용해 해당 부품을 따로 발송해주는 방식이다. 이런 조준경이 사제 총기와 결합할 경우 ‘살상무기’가 될 수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온라인상에는 ‘비비탄 총’으로 불리는 ‘에어소프트건’ 서바이벌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한 조준경 편법 직구법이 공유되고 있다. 이 커뮤니티에는 판매 업체명과 접속 링크, 구매 방법 등과 함께 “우리가 이 업체들을 찬양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회사가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해준다” 등의 후기가 수두룩하다. 현행법상 조준경은 총포의 부품에 해당돼 허가 없이 개인이 소지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하지만 영점 조절 기능이 없는 조준경은 조준경으로 분류하지 않아 세관 통과가 가능하다. 중국 업체들은 이 점을 악용하고 있었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해당 업체 온라인 상점(사진)에 접속해 보니, 4만 원대부터 40만 원대까지의 영점 조절 기능이 빠진 조준경을 판매하고 있었다. 아예 ‘한국 고객 전용관’을 두고 “한국법에 따라 물품을 배송한다”고까지 설명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무늬만 조준경’이지만, 구매 후기에 따르면 영점 조절 부품을 요청하면 1∼2주 후 별도 배송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구매자가 직접 조립해 영점 조절이 가능한 완제품을 만들 수 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명중률을 높이는 조준경은 비비탄 총에 달아서 쓸 경우라도 위력을 가할 수 있다”며 “특히 사제총기와 결합되면 장난감 조준경이라도 최대 10번까지도 사용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는 합법적인 판매업체에서도 구매자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조준경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리 당국은 이런 ‘꼼수 직구’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조준선, 조준점, 조절기능이 있는 것을 조준경이라고 보기 때문에 영점 조절 기능이 없는 조준경은 들여보내고 있다”며 “분할 배송을 통해 세관을 속이고 들어올 경우는 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도 “현장에서 일일이 잡아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