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동의 못받는데 배 불러와요”… 불법낙태 내몰린 청소년들

입력
수정2024.07.19. 오후 12:57
기사원문
김린아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임신 36주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한 유튜버 A 씨 영상 일부. 해당 영상 캡처


낙태죄 폐지… 5년째 입법 공백

부모 수술동의 필수인 미성년자

시기 놓치거나 불법적 방법 찾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5년이 지났지만 ‘입법 공백’ 상태가 지속되면서 특히 청소년들이 음지화된 낙태 수술에 내몰리고 있다. 미성년자 낙태 수술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대부분 병원이 ‘부모 동의’를 필수로 요구하면서 불법 낙태약을 찾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미성년자인 A(18) 씨는 지난 11일 임신 15주차인 것을 알고 낙태수술을 받기위해 산부인과를 여럿 방문했지만 “부모 동의 필수”라는 말에 번번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A 씨는 19일 “부모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8월 생일을 보내고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 수술을 하려 한다”면서도 “불러오는 배와 더해질 수술비로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최안나 산부인과 전문의는 “미성년자도 자기결정권이 있어 부모 동의가 필수는 아니지만, 대부분 병원은 전례에 따라 필수처럼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에는 청소년들의 ‘낙태 고민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부모 동의 없이 낙태 수술을 해주는 병원 아무 데나 알려달라’ ‘24주차인데 어디로 가야 하냐’ 등의 글이 올라오면 ‘비밀 댓글’로 병원 정보를 공유하는 식이다. 비싼 수술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국내에선 판매가 금지된 낙태약 ‘미프진’을 찾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청소년들의 낙태 수술은 통계상으로는 매우 소수에 불과하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 10∼19세 낙태 수술 건수는 24건에 불과했다. 최근 5년간 매년 20∼30건대다. 하지만 2020∼2021년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진행한 낙태 관련 상담 건수를 보면 총 479건 중 65%(313건)가 청소년 상담이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20년 보건복지부는 만 16세 이상∼19세 미만 여성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이를 상담기관의 ‘상담 사실 확인서’로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아동청소년지원특위 위원장은 “부모 동의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 대부분은 취약계층 아이들로 방치될 경우 위험한 낙태 수술을 하거나 결국 출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며 “미성년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라도 먼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