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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리고 떠난 사람들 - 고 양진영 씨 어머니 김선희 씨
“제세동기 달고 장애인에 봉사
뇌사판정뒤 숱한 고민끝 결심
아들 손잡고‘수고했어’이별”
“장기기증은 제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자 인사였습니다.”
19일 문화일보와 인터뷰한 김선희(68) 씨는 아들 고 양진영(사망 당시 22세) 씨를 ‘의연하고 선한 아들’로 기억했다. 젊은 청년 양 씨는 자신의 대학교 졸업식 날이기도 한 2010년 2월 18일, 자신의 간장, 췌장, 신장을 이식해 네 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안기고 세상을 떠났다.
양 씨는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갑자기 심장이 멎어 응급실로 이송됐다. 응급조치를 통해 양 씨의 심장은 가까스로 다시 뛰었지만 ‘심실성 빈맥’이라는 희귀병을 진단받았다. 양 씨 가족 중에 아무도 심장병을 앓았던 사람이 없던 만큼 병은 ‘감기처럼’ 찾아왔다. 이후 3년 동안 양 씨의 호흡이 두 번이나 멎고 나서야 양 씨는 가슴에 제세동기를 다는 수술을 받았다.
학창 시절부터 이어진 투병 생활에도 양 씨는 낙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처럼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에서 의료공학을 전공했다. 주말에는 지체장애인 복지관에 봉사활동을 다녔다. 성당에서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주일학교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양 씨는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는 자신의 목표를 하나씩 실천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 1월, 성당 수련회를 준비하던 양 씨의 심장은 또다시 멈췄다. 중환자실에서 한 달 가까이 치료를 받았지만 산소호흡기에만 의지하고 있는 양 씨가 다시 일어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김 씨는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의사를 붙잡고 “우리 아이가 일어날 수 있냐”고 물었지만 “기적적으로 산다 해도 눈만 뜰 수 있는 정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양 씨는 뇌사 판정을 받았다.
숱한 고민 끝에 김 씨는 병원을 오가며 유독 눈에 밟혔던 ‘장기이식센터’에 방문했다. 김 씨는 “아들을 보러 매일 병원을 오가는데 언젠가부터 ‘장기 기증’ 네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평소 양 씨의 따뜻한 마음씨를 잘 알고 있었던 김 씨는 장기 기증을 하기로 결심했다. 장기 기증을 마치고 돌아온 백지 같은 아들의 손을 붙잡고 김 씨는 “우리 아들 진영아 수고 많았어”라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김 씨는 “진영이는 항상 어버이날마다 카네이션을 생화로 사왔는데 유독 생전 마지막 어버이날 그때만큼은 조화를 사와 가슴에 달아줬다”며 “평생 시들지 않는 카네이션을 바라보면서 아들의 생명을 이어가는 분들이 진영이의 마음을 이어주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