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터지는 3분짜리 ‘막장 서사’… 중국 쇼트폼드라마 시장 268% 급성장[Global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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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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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여가시간 없는 하위 계층서 인기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email protected]

중국의 한 잘나가는 여성 변호사, 어느 날 집이 방화로 불에 타고 부모를 잃는다. 하나 남은 여동생마저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고, 병원비 등으로 고민하던 그녀에게 의문의 남성이 다가와 흥미로운 제안을 건네는데….

보통의 드라마라면 40∼50분에 걸쳐 진행되는 이 서사가 펼쳐지는 시간은 단 3분이다. 군더더기는 모두 빼고 줄거리만 빠르게 치고 나간다. 최근 중국에서 급성장한 쇼트폼 드라마, ‘웨이돤쥐’(微短劇) 이야기다. 한 회당 시간은 3분 안팎으로, 드라마 한 편당 80∼120회 정도로 구성된다. 줄거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각 회 마지막 부분에 클라이맥스를 배치해 다음 회로 시청자를 유도한다. 일반적으로 처음 10회 정도의 에피소드는 무료로 볼 수 있으며 그 이후부터는 시청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보통 100회 정도의 드라마를 모두 보기 위해선 약 100위안(약 1만9500원) 남짓의 비용이 든다.

중국의 컨설팅 회사 아이미디어 리서치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것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웨이돤쥐 산업 규모는 374억 위안(약 7조 원)으로 전년 대비 268%나 성장했다. 2019년에는 시장 규모가 10억 위안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불과 5년 만에 영화 산업의 약 70%까지 성장한 것이다. 드라마 내용을 보면 성공적인 커리어 우먼이 갑자기 삶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복수하는 내용, 초라한 경비원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거대 지하 조직의 보스였다는 이야기 등이다. 불륜, 출생의 비밀 등 ‘막장 드라마’의 요소도 가득하다. 전문가들은 웨이돤쥐의 주요 시청층을 중하위 계층의 사람들이라고 분석한다. 여가나 취미 활동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없는 이들이다. 웨이돤쥐 제작사 위안상무광(原上慕光)의 설립자이자 드라마 감독인 옌페이량(嚴沛梁)은 “쇼트폼 드라마의 주요 소비층은 경비원, 배달원, 청소부, 보모 등의 일을 하는 중년층”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경제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현실에 좌절한 이들이 자극적인 내용의 드라마를 보며 정신적 위안을 얻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창창(吳暢暢) 화둥(華東)사범대 커뮤니케이션학부 부교수는 “팬데믹 이후 중국의 경제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가상의 정신적 즐거움을 실현하기 위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쇼트폼 드라마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신시대의 정신적 아편’이라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광저우(廣州)에서 심리상담클리닉을 운영하는 웨이즈중(韋志中)은 “웨이돤쥐를 보는 것은 근본적 원인은 찾으려 하지 않고 그저 가려운 곳을 긁기만 하는 것과 같다. 많은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자극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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