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학생들에 한국 알리려 애쓰시던… 한국사랑 교수님[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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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7. 오전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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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한국 교외실습 마지막 때 찍은 단체 사진. 앞줄 모자 쓴 분이 아키즈키 교수님이고, 그 옆에 필자가 양복 정장을 입고 기념 촬영을 했다.


■ 존경합니다 - 아키즈키 노조미(전 메이지가쿠인대학 국제학부 교수)

외로운 일본 유학생활 중에 누가 나를 찾는다고 해서 어리둥절하면서 만났다. 같은 학교 국제학부에 교수로 재직하는 아키즈키 노조미(秋月望) 교수님이었다. 한국의 고려대학교 대학원과 일본문화원 근무를 합하여 5년간 한국 생활을 한 후에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공부를 마치고 교수가 되었단다. 한국말이 모국어처럼 자유롭다. 외국 유학시절 초창기에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처럼 위안이 되고 안심이 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그것도 같은 대학의 교수님으로 재직하고 있으니 더없는 축복이자 행운이다.

처음에는 캠퍼스도 도쿄와 요코하마로 떨어져 있어서 교수님은 교수님대로, 나는 나대로 수업이 없는 날에는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 학업을 해야 했기에 평일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수시로 연락을 주셨고 만날 때마다 식사와 차를 함께하며 유학 생활의 고된 일상을 헤아려 주셨다.

그렇게 학업을 마치고 귀국해서는 회사 생활에 분주하게 오가느라 멀리 떨어져 있는 교수님과 자주 만날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교수님이 학생들을 이끌고 한국의 다양한 유적지를 방문하게 될 때 통역으로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다. 일본 학생들을 이끌고 주로 방문한 곳이 다름 아닌 일제 강점기에 많은 독립투사들이 투옥되어 고문당하던 서대문 형무소를 비롯해 독립기념관, 분단의 현실을 직접 볼 수 있는 판문점, 한국전쟁의 상흔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쟁기념관, 그리고 제주도에 있는 일본군의 알뜨르 비행장 등이었다. 화성시의 제암리 교회처럼 직접 가보지 못하는 곳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 한국인들이 온갖 수모를 당했던 곳들을 골라 다니며 일본 학생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깨우쳐 주셨던 것이다.

독립기념관뿐만 아니라 국립박물관을 비롯하여 경복궁이나 창경궁, 그리고 창덕궁 같은 고궁까지 한국적인 곳이라면 모두 방문하면서 한국의 참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가르쳤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담당하는 일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별도의 수업을 무료로 꾸준히 진행하여 교수님의 세미나에 참석하는 학생들이라면 한국어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도록 하여 한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한국적인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였다.

이후에도 여러 번 한국을 방문하시면서 변함없이 형제와 같은 교류를 이어오다가 코로나19로 말미암아 발걸음을 멈추게 되어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대학을 은퇴하시고는 코로나19의 영향이기도 했지만 연로하신 어머님의 병간호를 하시느라 한국에 오시기가 어려워지셨는데 지난 연말에 어머님과 장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단다. 어머니가 100세, 장모님이 94세로 일본에서도 장수하신 편이지만 어디나 마찬가지로 부모님과의 이별은 항상 슬프게 마련이다. 카톡과 라인 모두를 활용하여 가끔 연락을 취하지만 연말이면 늘 가족사진이 들어간 연하장을 보내 드렸다. 언제나 직접 쓴 연하장을 보내오셨지만 이번에는 답장을 하지 않으셨다. 일본에서는 가족 상을 당하면 그 다음해의 신년 인사조차 ‘축하합니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단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한국을 조금이라도 더 알게 하려고 수고하신 교수님을 코로나19도 끝났으니 직접 찾아가서 뵈어야겠다. 어쩌면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시는 것 같은 교수님이 많이 외롭고 쓸쓸하실 텐데 더없이 그립고 존경스럽기만 하다.

정희순(이랜드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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