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으로 숨진 22세 여대생의 유언 “알바로 번 돈, 후배들 위해 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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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1. 오전 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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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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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꿈꾸다 지난달 대장암으로 세상을 뜬 대구대 차수현 학생의 생전 모습. 대구대 제공


교사를 꿈꾸다 대장암으로 세상을 뜬 대구대 학생이 대학생활 중 아르바이트로 모은 600만 원을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이는 학생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10일 대구대에 따르면 이 대학 생물교육과 고 차수현(22) 씨의 아버지 차민수(55) 씨는 지난달 중순 자신의 딸이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후배들에게 써 달라며 대학발전기금으로 기탁했다.

지난달 초 숨진 수현 씨는 2021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이 질병은 대장이나 직장에 수백에서 수천 개의 선종이 생기는 질환으로 20여 년 전 수현 씨의 아버지도 같은 병으로 오랜 기간 투병을 해 왔다.

차민수 씨는 “수현이가 저와 같은 병 진단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며 “딸에게 몹쓸 병을 물려줬다는 생각에 너무 괴로웠다”고 말했다.

수현 씨는 수술보다는 자연치유를 택했다. 대장 수술은 후유증이 크게 남을 수 있어 갓 스무 살의 여학생이 견디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현 씨는 아픈 몸으로도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3년간 한 학기도 쉬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다. 같은 학과 문동오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 학생으로 활동했고 교내 한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꿋꿋이 캠퍼스 생활을 이어갔다.

수현 씨는 지난해 말 병세 악화로 대장암 4기 진단을 받고 휴학한 후 투병생활을 이어가던 중 병상에서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에 대해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룰 수 있도록 돕는 데 쓰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수현 씨는 지난달 초 끝내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딸의 바람대로 사범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차민수 씨는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모두 딸처럼 느껴진다”며 “딸의 후배들에게 작게나마 응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대 차수현 학생의 이름과 추모 문구를 새긴 벤치 전경. 대구대 제공


대구대는 사범대 건물과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 근처의 한 벤치에 수현 씨 이름과 추모 문구를 새겨 소중한 꿈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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