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병원들 ‘전공의 사직결정 내용증명’ 서두를듯

입력
수정2024.07.09. 오전 11:51
기사원문
권도경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전공의 모집 포스터 ‘가득’… 정부가 8일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복도에 정형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등에서 신입 전공의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안내문들이 붙어 있다. 문호남 기자


■ 정부, ‘전공의 감원조치’ 명시

전국 수련병원 211곳에 공문

“전공의 복귀 여부 확정해야”

전공의는 ‘증원 백지화’ 고수

“밀린 월급 지급하라” 적반하장


정부가 5개월째 이어진 의료 공백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수련병원과 전공의들을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각 수련병원장들은 전공의 복귀와 사직 여부를 확정 짓기 위해 내용증명과 공시송달 등 후속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의사 불패’와 ‘불공정’ 비판을 감수하고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철회라는 면죄부를 줬지만 전공의들은 정부 정책이 위법하다고 비난하면서 의대 증원 백지화를 고수하고 있어 전공의 복귀 전망은 밝지 않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 오는 15일까지 전공의 사직과 복귀 여부를 확정 지을 것을 요청하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내년도 전공의 정원을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정부는 공문을 통해 수련병원에 15일까지 전공의 복귀와 사직을 처리해 결원을 확정하고, 17일까지 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요구다. 정부는 각 수련병원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내년도 전공의 정원을 줄일 수 있다고 명시했다. 수련병원 인력 구조 내 전공의 비중을 감안하면 전공의 정원 감축은 병원과 전공의들에게 모두 불이익이다. 이는 기한 내 전공의 사직 여부를 확정 짓도록 각 병원을 압박해 전공의 복귀율을 끌어올리려는 조치다. 전공의들에겐 ‘문이 열려 있을 때 들어오라’는 최후통첩이다. 5일 현재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1만3756명 가운데 근무자는 1092명(출근율 7.9%)이다.

각 수련병원장들은 후속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들어올 전공의는 들어오고 나갈 사람은 사직해서 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암센터 소속 전공의 절반가량이 사직했는데 빠른 시일 내 접촉해 사직과 복직 의사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A 병원장은 “전공의들에게 제출한 사직서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내용증명과 공시송달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수도권 B병원은 최근 연락이 두절된 전공의들에게 ‘사직할지, 복귀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전공의 복귀 전망은 비관적이다. 대다수 전공의들은 정부 조치가 원래 불법이었다고 비난하면서 밀린 월급과 퇴직금을 달라는 의견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고 있다. 일부 강경파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 등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동료 선후배들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행정처분 철회와 수련 특례에도 전공의가 30%가량도 복귀하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 수 있는 실정이다. ‘복귀 데드라인’인 15일 전후로는 전공의 복귀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빅5 병원과 인기 진료과로 전공의들이 연쇄 이동할 경우 지방 수련병원의 공백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