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 = 승리… ‘의사 불패’ 또 지켜준 정부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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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후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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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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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정부는 8일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증·응급 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되도록 수련 체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라 고심 끝에 내린 정부의 결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들은 앞으로 정부가 구축하려고 하는 필수의료를 책임질 젊은 의사라는 점도 비판을 각오하고 결정을 내린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달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5개월 가까이 의료 현장을 불법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복귀 시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이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집단 휴진 카드로 정부를 압박해왔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율을 높이고 의대 교수들에게 파업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미복귀 전공의까지 행정처분을 ‘철회’한 것은 말 그대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도 의대 증원 관철 이후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 원칙을 연이어 뒤집은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충분히 숙고했는지 의심스럽다.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비대면 진료, 2020년 의대증원 반대 총파업 때도 의사들의 압박에 정부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번에도 환자를 볼모로 한 집단행동과 전공의들의 ‘탕핑’(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 전략이 성공하며 의료계의 필승 공식만 굳어지고 있다. 향후 의정 갈등이 재발하면 끝까지 버티면 이긴다는 전례를 다시 만들어줬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2월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고 했다. 정부의 발표가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듯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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