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 페달만 밟았다” ‘급발진 주장’ 블랙박스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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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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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교통공단이 분석한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급발진 주장’ 택시 사고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들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가속 페달만 밟은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


한국도로교통안전공단, 지난해 11월 한남동 사고 ‘페달 블랙박스’ 분석

사망 9명 등 16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시청역 역주행 사고 원인을 놓고 급발진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과거 주택가에서 발생한 급발진 주장 사고 당시 택시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은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한 운전자가 실제로는 가속 페달을 반복해서 밟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번 역주행 사고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지만,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이 착각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5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월 27일 자동차 국제기준제정기구(유엔 WP29.) 산하 페달 오조작(ACPE) 전문가 기술그룹 회의에서 한 택시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 사고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 자료는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홈페이지에도 게재돼 있다.

급발진 주장 사고와 관련해 운전자가 실제로 어떤 페달을 밟았는지를 보여주는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문제의 사고는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12시 52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65세 남성 A씨가 운전하던 전기 택시가 시내를 주행하다 담벼락을 들이받았다. A씨는 "우회전 중 급발진으로 브레이크를 수 차례 밟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페달 블랙박스를 포함해 총 6개로 구성된 블랙박스 영상을 수거해 분석했다.

‘페달 블랙박스’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운전자 A씨는 골목에서 우회전한 뒤 3초간 30m를 달리는 와중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뗐다를 6차례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가속 페달을 7번째 밟은 후 충돌할 때까지 발을 떼지 않았다. 택시가 담벼락에 충돌하기 전까지 총 119m(약 7.9초)를 달리는 동안 A씨가 단 한 번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은 것이다.

담벼락 충돌 직전 차량 속도는 시속 61㎞로 추정됐다. 가속 페달을 수 차례 밟아 차의 속도가 빨라지는데도 A씨는 자신이 밟은 페달이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교통안전공단은 발표 자료에서 "급발진 주장 차량 28대의 사고기록장치(EDR·사고 직전 5초간의 가속페달과 감속페달의 작동 상황 기록)을 분석한 결과, 가속페달을 70% 이상 밟았을 때 평균 차량 속도는 시속 8.6㎞로 나타났다. 0.5초 전 평균 속도는 시속 4.9㎞였다. 운전자는 차량의 이상(페달 오작동)을 감지하고 0.13초 만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전자는 가속 페달을 여러 번 밟는데, 첫 번째 가속페달을 100% 밟는 데 약 0.2초가 걸렸다. 두 번째 밟는 데에는 약 0.1초로, 첫 번째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가속 페달을 떼기 전 약 0.6초 동안은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다. 3번째부터 그 간격이 짧아졌고 7번째 이후 운전자는 충돌이 발생할 때까지 계속해서 가속 페달을 밟았다"고 했다.

최근 주요 국가에서 의도하지 않은 가속의 주요 원인이 페달 오인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UNECE는 페달 오인 방지장치(ACPE)에 대한 글로벌 평가 기준과 법규 제정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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