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이제 법 위에 군림하는 왕이 됐다” 소수의견 낸 소토마요르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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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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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책특권 인정 판결 논란 확산

진보대법관 “권한남용 청신호”

보수대법관 “기소 악순환 우려”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email protected]

보수 우위 미국 연방대법원이 1일(현지시간) 행정부 독립성·전직 대통령 기소 악순환 가능성 등을 내세워 대통령 재임 중 공적 행위에 폭넓은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미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거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진보 성향 대법관들과 민주당은 “대통령을 법 위의 왕으로 만들었다” “왕으로부터 독립한 건국자들에 대한 모욕” 등으로 평가하며 반발했고 대법원 개혁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재점화했다.

보수 대법관 6명은 이날 판결에서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을 때 행한 행위에 대해 광범위한 보호를 주장한 반면 진보 대법관 3명은 정반대 태도를 보였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등 보수 대법관들이 대통령 면책특권을 인정한 근거는 먼저 3권분립 구도에서 행정부 독립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활기차고 독립적인 행정부를 보호하기 위해 공적 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치적 동기에 따른 퇴임 후 기소 악순환 가능성 역시 면책특권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됐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사실상 모든 대통령이 연방법 일부(약물·총기·이민·환경법)를 충분히 집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데 새 행정부의 도전적인 검사가 전직 대통령의 법 위반을 주장할 수 있다”며 “면책특권이 없다면 이런 식의 전직 대통령 기소는 금세 일상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진보 대법관들은 광범위한 면책특권이 대통령을 무소불위 권력으로 만들 수 있다며 반발했다. 소수의견을 대표 작성한 소니아 소토마요르(사진) 대법관은 “대통령 권한 남용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대통령과 그가 섬기는 국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변화했다. 모든 공권력 사용에서 대통령은 이제 법 위에 군림하는 왕이 됐다”고 일갈했다. 그는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공적 행위를 한다면 이제 형사기소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며 “해군 네이비실에 정치적 경쟁자를 암살하라고 명령했나? 면책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 군사 쿠데타를 조직했나? 면책이다. 사면을 대가로 뇌물을 받았나? 면책이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이날 대법원 결정에 “완전한 면책특권 주장은 왕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미 건국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다수의 극우적인 대법관이 헌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감독하고 입법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고 강경파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대법관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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