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눈 영양제 3000명에 ‘쪽지처방’ … 처방수량만큼 대가받은 전공의들

입력
수정2024.06.20. 오전 10:54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 경찰 ‘불법 리베이트’ 수사

서울 대학병원 금품수수 의혹


‘불법 리베이트’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한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처방 코드가 없는 영양제까지 환자들에게 추천하며 특정 업체의 제품을 적어주는 ‘쪽지처방’을 해왔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A 대학병원 안과 전공의들의 ‘쪽지처방 의혹’ 등 불법 리베이트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쪽지처방이란 정식 처방전이 아닌 메모지 따위에 특정 약품의 이름을 적어 환자에게 권하고, 제약사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챙기는 것을 말한다. 처방코드가 없는 건강기능식품이라 처방전이라는 증거를 남기지 않고 리베이트를 취할 수 있어 개원가에서 선호하는 리베이트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 사건이 접수되면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A 대학병원 안과 전공의들이 제약회사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고 매달 약품 처방 자료를 넘긴다”는 내부자의 폭로로 시작됐다. 전공의들이 의국장(보통 3·4년 차 전공의) 주도로 내부 시스템에 의약품 처방 수량을 집계하면서, 이를 제약회사에 제출하고 리베이트를 받아왔다는 주장이다. 실제 해당 자료에는 ‘안과-특정약품처방개수’와 같은 제목으로 인공눈물 등 의약품의 처방량이 정리돼 있다.

특히 이 자료에는 B 제약사의 눈 영양제에 대한 쪽지처방 정황도 담겨 있다. 이 영양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내부 고발자는 전공의들이 환자들에게 직접 특정 업체의 눈 영양제를 언급하며 구매를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자료에는 지난 2021년부터 영양제를 받아간 환자들의 실명이 날짜별로 적혀 있는데, 총 3000명이 넘는다. B 제약사는 2021년 병·의원들에 17억6000만 원의 부당한 리베이트를 제공해 공정위로부터 2억5000만 원의 과징금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곳이다. 한 약사는 “특정 영양제를 따로 관리하면서 처방 수량을 체크하는 것은 명백한 쪽지처방으로 보인다”며 “환자들의 실명까지 전달됐다면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있다”고 전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들도 이전부터 암암리에 리베이트에 손을 대고 있었지만, 교수들이 쉬쉬해 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대학병원 교수진은 “해당 과에서는 쪽지처방이 이뤄진 적이 결코 없다”며 “영양제를 추천하는 일도 없고 거꾸로 ‘약국에서 추천해주는 것을 드시라’고 안내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약품의 사용량을 집계하는 것이 리베이트와 반드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애초 해당 과에선 혹시 한 쪽 제약사에 치우쳐질까 성분이 같은 약을 이곳 저곳 제품으로 섞어 처방을 내리고 있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내 경찰 조사에 임해 혐의가 없음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TALK

유익하고 소중한 제보를 기다려요!

제보
구독자 0
응원수 0

사회부 전수한입니다. 모든 제보 귀 기울여 듣겠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