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십 년 동안 제조업과 멀어져
中 견제 위해 韓 기술력 필요로 해
KOTRA 북미본부, 뉴욕→워싱턴“미국이 수십 년 동안 해 오지 않은 제조업을 다시 한다고 해서 바로 잘할 수 있을까요. 미국 입장에서도 제조업에서 높은 기술력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박성호 KOTRA 북미지역본부장이 전하는 미국 현지 분위기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2기 시대를 맞는 미국은 ‘제조업 기술’ 측면에서는 과거만큼의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여러 품목에서 한국에 ‘SOS’를 보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KOTRA에 따르면 한국의 항공 정비 기술 역시 미국이 필요로 하는 분야다. 항공 여행이 일찍 정착된 미국의 항공기 중에는 노후 기종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미 단종된 기종들이 많아 고장이 나면 미국 내에서 수리조차 하지 못한다. 최근 KOTRA 미국 본부 쪽에는 “한국 업체들이 우리 항공기를 고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늘고 있다. 여기에 변압기, 하이브리드차 부품 등 한국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지닌 업종을 중심으로 미국 업체의 협업 요청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을 앞두고 미국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이 트럼프 1기(2017∼2020년)와 비교할 때 크게 높아진 것도 향후 양국 경제 협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반도체, 이차전지 등 핵심 품목에서 한국의 지원을 요구할 것이란 얘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입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 순위는 2016년 5위(1억4305만 달러)에서 2024년(1∼10월 기준) 2위(3억3863만 달러)로 상승했다. 이차전지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도 한국이 미국의 수입국 가운데 1위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은 경제 안보 측면에서 앞서가는 한국의 제조 능력을 활용하는 것을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원자력 등에서 한국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통상 갈등에 따른 리스크 확산이 우려되자 한국 경제계도 여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나섰다. KOTRA는 기존 뉴욕에 있던 북미지역본부를 미국 정치의 중심지인 워싱턴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강경성 KOTRA 사장은 9일 ‘CES 2025’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통상 환경 변화에 확실하게 대응하고 모니터링하기 위해 본부 이전을 결정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전사적인 무역 수출 비상대책반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