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사직은 3.6배로 늘어
6일 보건복지부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전국 88개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의대 교수 등 전문의(전임의 제외)는 1729명이었다. 전공의 이탈 이전인 2023년 같은 기간 사직한 전문의는 865명으로, 약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전문의 사직은 전공의 이탈 이후 근무환경 악화, 과로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필수의료 과목 전문의 사직은 증가 폭이 더 컸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2023년 3월부터 10월까지 38명 사직했으나 지난해엔 137명으로 약 3.6배로 늘었다. 신경외과 사직 전문의는 2023년 20명에서 지난해 81명으로 증가했다. 새 학기를 앞둔 매년 2월은 전문의 채용 시즌이라 이탈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필수의료 과목이나 지방 병원들엔 인력난이 가중될 수 있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공의 이탈 이후 바뀐 근무환경에 따라 전문의들도 각자도생하고 있다”며 “의료공백이 크게 발생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공의 이탈, 업무과중 더 못버텨”… 근무 환경 좋은 병원 등으로 이동
세종-광주 등 지방 인력난 더 심각… “내달엔 응급환자도 진료 힘들 듯”
경상권 국립대병원의 한 필수진료 과목 전문의는 ‘최근 전문의 사직 현황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전문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실시한 전문의 자격 시험에 합격한 의사를 말한다. 그는 지난해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이후 대학병원의 근무 여건이 악화된 뒤 다른 대형 병원들의 이직 제의를 기다리며 사직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같은 과 5년 차 전문의가 종합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젊은 전문의 사이에서 ‘탈출할 수 있을 때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 과중한 업무 부담에 사직 2배 증가
전문의들이 수련병원에서 사직하는 이유는 과중한 업무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2월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강의실을 이탈한 뒤 대학병원 전문의들은 연구와 교육을 뒤로하고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진료에 매달렸다. 일부 필수진료 과목의 경우 주간 외래진료를 담당하면서 주 3회 야간 당직까지 맡아야 했다. 하지만 의료 공백이 1년 가까이 장기화되면서 과로 등 업무 부담을 호소했다.
● 필수의료 과목―지방병원 위기 가중
특히 필수의료 진료과 전문의들이 병원을 많이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3∼10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38명 사직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37명이 수련병원을 떠났다. 신경외과는 2023년 20명에서 지난해 4배 이상인 81명으로 늘었다. 충청권 대학병원 응급의학과의 한 교수는 “요즘 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하면서 환자가 많이 늘었는데, 응급실 의료진은 충원되지 않고 있다”며 “의료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5대 대형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이 빠져나가는 전문의들을 다른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연쇄적인 의료진 이동 현상이 발생하고 지방 병원에는 인력난이 가중된다는 우려도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한 교수는 “5대 대형병원은 급여를 올리고 적극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의 채용 시즌인 올 2월 수련병원의 인력이 더욱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탈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필수의료 과목이나 지방 병원들엔 인력난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권 국립대병원의 한 교수는 “소화기내과와 마취과 등 여러 진료 과목의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2월 이후엔 응급환자도 진료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