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살배기와 첫 가족여행… 엄마 암 완치여행 떠났다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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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2.30. 오전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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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
“아들 첫 여권에 도장 쾅, 행복하다… 일정 피곤했지만 아들 덕분에 행복”
40대아빠, SNS에 ‘행복한 기록’ 남겨
신혼여행 떠난 ‘결혼 16일 차’ 부부… 몇년간 ‘여행 계모임’ 50대 지인 5명
크리스마스 맞아 여행 떠난 가족도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탑승객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4.12.29 뉴스1
세 살배기 아들과 첫 가족여행을 떠났던 부모, 결혼 16일째였던 신혼부부….

29일 착륙 중 사고를 당한 방콕발 7C2216편에 타고 있었던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하나씩 알려지고 있다. 최연소 탑승자는 2021년에 태어난 세 살 아기로 부모와 함께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결혼한 지 2주가량밖에 지나지 않은 신혼부부도 있었다.

● ‘첫 가족 해외여행’ 세 살배기 가족도

29일 동아일보가 확인한 탑승자 명단 등에 따르면 고모 군(3)과 아버지 고모 씨(43), 어머니 진모 씨(37) 등 세 가족은 첫 가족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고 씨와 진 씨 부부는 약 2주 전이 결혼 기념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여행에서 고 군은 생애 처음으로 배를 탔다고도 전해졌다. 광주의 한 야구단 관련 기업에 재직 중인 고 씨는 겨울 휴가를 내고 가족 여행을 떠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 씨는 한국행 비행기에 타기 18시간 전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태국 여행의 사진과 기록을 올렸다. 그는 여행 1일 차에 “처음 해외 가는 아들 첫 여권에 첫 도장 쾅. 하루를 가득 채운 일정에 피곤했지만 재밌게 놀아준 아들 덕분에 행복”이라고 남겼다. 그는 이번 여행에서 아들이 생애 처음으로 배를 탔다고도 적으며 사진도 올렸다. 탑승 24시간 전엔 방콕의 한 식당에서 아내, 아들과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최고의 순간”이라 적었다. 사고 전날 자정쯤 아들이 태국 동물원에서 호랑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것이 고 씨의 마지막 게시물이었다. 고 씨의 직장 동료는 “믿고 의지할 만한 선배. 어른다운 선배셨다”며 안타까워했다.

결혼 1년 반째인 언론인 부부도 참변을 당했다. 아내 김모 씨(30)는 광주의 한 언론사 기자, 남편 안모 씨(33)는 전남 목포시 언론사에서 일하는 PD였다. 지인들에 따르면 김 씨는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인 광주로 내려가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김 씨의 아버지 김모 씨(61)는 “딸이 새벽 3시에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고 사진을 찍어 보냈다”며 “비행기가 30∼40분 연착돼 좀 늦게 도착할 것 같다고도 했는데 오전 9시경 도착했는지 묻는 연락에 아무런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이번 여행이 딸의 포상 휴가였다며 슬퍼했다. 딸은 방콕에서 비행기에 오르기 20시간 전 자신의 SNS에 “초여름 날씨처럼 너무 좋다”며 방콕 호텔 수영장 사진을 남겼다.

● 신혼부부… 암 투병 마친 주부…

애타는 가족들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국토교통부와 소방당국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이날 오전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공항 착륙에 실패하며 공항 외벽과 충돌해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했다. 무안=뉴스1
탑승객 중에는 신혼부부도 있었다. 윤모 씨(31)와 노모 씨(33)는 이달 13일 결혼식을 올린 부부로 이번 방콕 여행이 신혼여행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여행 불과 수일 전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위암 투병 치료가 겨우 끝나 친구들과 방콕으로 골프 여행을 갔던 어머니 김모 씨(50)의 사고 소식을 듣고 온 아들 김모 씨(22)도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머니 김 씨는 3년 전 사별한 남편과의 신혼여행 이후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 위암 수술을 받은 김 씨는 1년가량 투병하다가 최근에야 치료가 끝난 상태였다. 아들 김 씨는 “어머니가 이제 좀 건강해져서 마음이 놓였었다. 여행 가신다고 들뜨셔서 잘 다녀오라고 했는데 이렇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의 중3 여동생도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남편은 일 때문에 한국에 남고 아내와 두 아들, 딸만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연도 있었다. 담양군청 직원 윤모 씨(58)는 아들 조모 군(19), 딸 조모 씨(22)와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방콕 패키지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윤 씨의 남편 조모 씨는 직장 때문에 함께 여행을 못 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내와 아들, 딸의 귀국을 기다리다가 사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

수년 전부터 돈을 아껴 모아 방콕 여행을 준비했다는 계모임 일행도 있었다. 계모임 대표자인 한모 씨(50)를 비롯해 이모 씨(53) 등 50대 지인 5명은 지난달 방콕행 여행 상품을 계약해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사고 희생자 중에는 무안공항 직원의 가족도 있었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이번 사고로 부모님과 남동생을 잃었다. 이 직원은 공항에서 근무를 성실히 한 덕분에 포상휴가 티켓을 받아서 부모님과 남동생을 태국으로 여행 보내드렸는데 이 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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