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가 감소하고, 수출은 주춤하면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에 비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GDP가 전 분기보다 역성장한 건 코로나19 여파가 남아 있던 2022년 4분기 ―0.5% 이후 6개 분기 만이다. 4월 말 최상목 부총리는 1분기 GDP가 1.3% 성장한 것을 놓고 “재정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 수출 호조와 내수 반등이 동반된 ‘교과서적 성장 경로’로의 복귀”라고 자평했는데, 석 달 만에 이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게 됐다.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어제 밝혔다. 승용차, 의류 등 소비재 판매가 위축되면서 민간 소비가 0.2% 줄어든 데다,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해 건설투자는 1.1%, 반도체 장비 등 설비투자도 2.1% 감소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수출이 늘었는데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액이 더 크게 증가하면서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영향까지 겹쳐 실질 국내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1.3%나 감소했다.
우울한 2분기 경제 실적은 “균형 잡힌 회복세” “선명한 청신호”라던 최 부총리의 직전 평가와 거리가 멀다. 상반기 성장률도 한은이 5월에 전망했던 것보다 낮은 2.8%에 그쳤다. 한은과 정부가 2분기의 역성장을 ‘1분기 고성장에 따른 기저 효과’라고 애써 해명하는 것을 놓고도 경제 현실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보는 위기의식 부족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하반기 상황은 더욱 만만치 않다. 고물가·고금리로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진 만큼 내수 위축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는 7월에 95.1로 5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도깨비 장마’ 등 기상 이변의 영향으로 채소류 가격이 다시 오르고,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까지 축소돼 소비자물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최근의 경기 위축은 올해 초 한국의 고성장이 장기간 위축됐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타면서 나타난 ‘반짝 성장’이었다는 걸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정부가 ‘반도체 착시’에 빠져 계속 현실을 오판한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회복 시점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