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거야 맞서 당정 한몸 돼야”
韓-與지도부와 용산 만찬회동
국민의힘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집권 여당 새 수장에 선출된 한동훈 대표는 24일 “당심(黨心)은 변화를 요구했다. 무서운 선택”이라며 “대통령과 이견이 생기면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더불어민주당보다 먼저 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확인된 당심과 민심 키워드를 ‘변화’로 본 것이다. 당내에선 “당심을 등에 업은 한 대표가 당정 관계 주도권 확보에 나서면서 한동훈식 새판 짜기의 격동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당대회 하루 만에 한 대표 등 새 지도부와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 등 당 대표 선거 낙선자들을 대통령실에 초청해 함께 만찬을 했다.
한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민심과 당심의 득표율이 같다는 것이 포인트”라며 “깊이 생각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전날(23일) 치러진 전당대회 결과 당원 투표(62.69%), 국민여론조사(63.46%)에서 비슷한 득표율을 얻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반응하던 당원 투표에서 다소 고전할 것이란 예상을 빗나간 수치다. 한 대표는 “63%라는 수치가 보여주는 메시지가 있다”면서 “경쟁 후보들은 당심이 민심과 달리 폐쇄적일 것이라 보고 전략을 짰지만 실제로는 달랐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나도 단결할 것”이라면서도 “단결하는 과정에서 충분하게 이견을 가지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결의 방점을 당이 대통령실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모으는 것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 통화에서 “당정이 하나가 되고 결속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라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윤 대통령의 축하 난을 들고 한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입법 폭주하는 거대 야당에 맞서 여당과 정부가 한 몸이 돼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고 말하며 당정 일체를 재차 강조했다.
한 대표는 향후 대야(對野) 전략에 대해 “우리가 먼저 변하는 게 전략”이라며 “소수당은 그 전략밖에 없다. 저쪽(민주당)이 막 나가니 우리가 민심에 따라 변화하면 주도권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는 다 잊어야” 맥주-콜라 러브샷… 통합 의미 삼겹살-모둠쌈 직접 골라
당내 “金여사 문제 등 신뢰회복 관건”
韓 “대통령실과 치열하게 소통할 것”… 대통령실 “국민눈높이 발언 동의못해”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대표는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과 단결하되 이견에 대해서는 토론하겠다”며 ‘변화’를 강조했다. 전당대회에서 당심과 민심 모두에서 62%를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은 ‘지금의 여당은 안 된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던 만큼 이를 등에 업고 당정 관계의 새판 짜기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이재명 전 대표의 민주당보다 우리가 먼저 변해야 소수 여당이 주도권을 쥔다”며 “지금 저쪽(야당)이 막 나가는 상황이라 민심에 따라 변화하면 주도권이 온다. 민심을 얻는 것이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반경부터 2시간 동안 용산 대통령실 내 파인그라스 야외 레스토랑에서 한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와 함께 ‘삼겹살 만찬’을 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마주 앉은 것은 김건희 여사 문제로 충돌한 뒤 봉합을 위해 만난 1월 29일 오찬 이후 177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대표와 각각 맥주와 제로콜라를 따른 잔으로 러브샷을 하며 당정 일체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우리가 앞으로 하나가 돼 우리 한동훈 대표를 잘 도와줘야 된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혼자 해결하도록 놔두지 말고 주위에서 잘 도와주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한 대표가 이날 “대통령과 단결”도 강조한 만큼 당장은 총선 국면 때처럼 윤 대통령과의 정면충돌을 노출하려 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갈등의 핵심은 결국 김 여사 문제”라며 “올해 초부터 주요 국면마다 갈등을 거듭하며 감정의 골이 깊어진 두 사람이 약해진 신뢰를 얼마나 회복할지가 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 당선 하루 만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즉각적인 만찬 회동을 통해 화합 모드를 과시했지만 김 여사 논란 등 갈등의 뇌관들이 언제 어떤 식으로 다시 터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 韓 “이재명 민주당보다 먼저 변해야”
한 대표는 전날(23일)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이 박수 쳐주지 않으면 안 되니 국민 보고 열심히 하자”며 “국민 앞에 당당하자. 대통령실과도 치열하게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민심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친한계 의원은 “여당이 윤 대통령에게 ‘노’라고 얘기하지 못하다가 결국 4·10총선 때 심판받은 것 아닌가”라며 “당심과 민심이 한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도 잘못된 당정 관계를 바로잡으라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이 과거처럼 대통령에게 맹종해서는 안 된다”며 “한 대표는 그런 방향성을 교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 측 인사는 “최고위원회의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핵심 현안에 대해 의견을 적극 개진할 것”이라며 “민감한 이슈일지라도 살아있는 민심을 전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가 전날 김 여사의 검찰 조사를 두고 “더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한 데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데 제3의 장소를 택한 건 국민 눈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현직이라서 경호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경호 문제 외에는 당연히 (검찰청사에) 출석할 수 있었는데, 그게 우리가 요구했는지 아느냐”며 대통령실이 제3의 장소를 요구한 게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 尹 “당내 선거 끝나면 다 잊어야”
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지난 한 달 동안 한 대표를 비롯해 여러분 모두 수고 많았다”며 “당내 선거는 선거가 끝나면 다 잊어버려야 한다.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할까’ 그것만 생각하자”고 단합을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 대표 등 당 지도부를 향해 “우리는 다 같은 동지라고 생각하고 대통령실 수석들과 바로바로 소통하시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술을 안 마셔도 술자리도 자주 하라, 상갓집도 가야 한다. 광폭 행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당부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다만 한 대표는 이날 자리에서 많은 언급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리에선 전당대회 동안 논란이 됐던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대한 언급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야 투쟁에 대한 중요성을 공유하는 차원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