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당대회는 집권 여당으로선 최악의 총선 참패 이후 당의 활로를 찾기 위한 중대한 이벤트였다. 하지만 ‘자폭 전대’ ‘분당대회’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온갖 네거티브 공방의 진수를 보여줬다. 당 쇄신 방향을 둘러싼 토론과 경쟁은커녕 ‘배신자’ 공방을 시작으로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 ‘댓글팀’ ‘여론조성팀’ 의혹 등 자해 수준의 폭로전으로 이어졌다. 막판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공소 취소 부탁’ 논란 등 스스로 ‘사법 리스크’의 함정에 빠져드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탓에 투표율이 지난해 3·8 전대보다 6.6%포인트 낮은 48.5%에 머물렀지만 한 후보 우세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정당 경험이 일천하고 조직력도 약한 한 후보가 친윤 세력의 각종 견제와 저지에도 불구하고 1차에서 압승을 거둔 것은 여권의 권력 지형에 질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음을 뜻한다. 집권 후 ‘당정일체’를 내세워 여러 차례 대표를 갈아치웠던 ‘윤심’은 이번엔 먹히지 않았다. 당원들의 선택은 ‘안정적인 당정 관계’보단 ‘보수의 혁신적 재건과 변화’였다.
압도적 지지 속에 ‘한동훈 체제’가 출범했지만 국민의힘이 순탄하게 혁신의 길로 나아갈지, 또 다른 내홍에 휩싸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번 전대에서 용산 대통령실은 짐짓 ‘불개입’을 표방했지만 난데없는 ‘문자 소동’에서 보듯 한동훈 체제의 등장을 껄끄러워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우리는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임을 강조했지만 한동훈 체제는 ‘여의도 출장소’로 불린 수직적 당정 관계를 바꾸고 당의 질적 변화를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용산이 부담스러워하는 이슈인 김 여사 문제나 채 상병 특검 문제 처리 등을 놓고 격렬한 ‘윤-한’ 충돌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192석 거대 야권은 입법 폭주를 거듭하며 대통령 탄핵 불 지피기에 나서고 있다. 한 대표는 그런 점에서 소수 여당의 ‘원외’ 대표로서 어떻게 이런 딜레마적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갈지, 어떻게 경선 과정에서 빚어진 ‘심리적 상처’를 보듬고 거대 야권을 상대할지 등 정치력의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투쟁 차원이 아니라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 대선 혼란 등 대외 여건도 안갯속이다. 전대 이후에도 한 지붕 두 가족 싸움을 벌일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