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논란에… 野 ‘합병비율 규제법’ 발의, 재계 “또다른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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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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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캣 1주와 로보틱스 0.63주 바꾸는
합병비율 놓고 일반주주들 논란
野 “기업 본질가치 무관하게 결정”
재계 “경영활동에 과도한 제약” 우려

최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두고 주주 가치 훼손 논란이 벌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의 합병 비율을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을 들고나왔다.

계열사 간 합병을 법으로 규율해 일반 주주의 권익을 적극 보호하자는 취지지만,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억제하는 또 다른 규제 장치가 된다는 재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도 다시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野 “합병 비율 산정 때 주주 이익 침해 않아야”

민주당 김현정 의원(경기 평택병)은 18일 두산밥캣 합병 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상장법인의 합병 비율 산정을 규제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는 상장회사 간의 합병에서 합병가액을 계산할 때 주가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산 가치와 수익 같은 기업 본질적인 가치와 무관하게 합병가액이 결정되고 있다”며 발의 배경을 밝혔다. 최근 두산밥캣 합병 사례에서 보듯이 대주주 지분이 높은 회사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결정되면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이전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두산밥캣과 적자를 기록 중인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을 1 대 0.63으로 정했다. 밥캣 주식 1주를 로보틱스 주식 0.63주로 바꿔 준다는 의미다. 두산 측은 양사의 주가 수준을 토대로 합병 비율을 정하는 현행법을 따랐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결정은 주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밥캣의 주주는 꾸준히 수익을 내는 알짜 주식을 들고 있다가 이를 적자 기업의 주식으로 교환받아야 하고, 그마저도 받는 주식 수도 줄어드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병가액을 결정하도록 했다. 또 합병가액이 불공정하게 결정돼 투자자가 손해를 입을 경우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들이 연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 재계, “또 다른 규제 장치 될까” 우려

재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과도한 제약을 주는 면이 있다고 우려한다. 또 이번 사안이 최근 잠잠해진 상법 개정 논란에 불을 붙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만 됐어도 ‘두산밥캣 사태’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은 회사의 주주 이익 보호를 강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정부도 증시 밸류업 등의 차원에서 관련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만일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되면 이는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경영 판단을 할 경우 이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 되고 자칫 기업을 향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고 산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와 별도로 기업이 합병가액을 산정할 때 일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기업은 합병가액이 적절한지 회계법인, 신용평가사 등 제3의 외부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 시행령은 계열사 간 합병 시 외부평가기관을 선정할 때 추가로 감사위원회의 의결이나 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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