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7·23 전당대회가 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내에선 “지난달 26일 전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기대가 많았는데 23일간 이전투구를 보니 지금은 참담한 심정”이란 우려가 터져나왔다.
국민의힘 대구·경북(TK) 지역 중진 의원은 18일 “이렇게까지 막 나갈지 몰랐다”며 “당내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되면 또 다른 재앙을 불러들이는 거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도 “내전이 가장 잔인한 전쟁”이라며 “과거에도 내부갈등이 보수의 분열과 대립을 야기시켰고 궁극적으로는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텔레그램 무시 논란’을 시작으로 후보 간 ‘자폭 공방’이 이어지며 김 여사의 ‘댓글팀’ 의혹, 한동훈 후보의 여론조성팀 의혹,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 부탁’ 폭로 등이 터져 나오면서 야권에 “칼자루만 쥐어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수도권 의원은 “야당만 신이 났다”라며 “물어 뜯겠다고 달려드는 사냥개한테 힘내라고 생닭을 건내준 꼴”이라고 꼬집었다.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민주당이 손쉽게 여당을 공략하도록 우리가 사법리스크 우선순위까지 짜서 꽃놀이패를 쥐어줬다”고 말했다.
전당대회가 친윤(친윤석열)과 친한(친한동훈) 구도로 흘러가다 보니 내부싸움에 골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배신자’와 ‘윤심팔이’ 같은 단어가 전당대회를 지배하면서 ‘대동단결해 야당과 싸우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여당 전당대회에 대해 “불꽃놀이처럼 의혹이 터지며 ‘자폭대회’로 전락했다”고 비꼬았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한 후보는 댓글, 나경원 후보는 청탁, 원희룡 후보는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해 수사 받아야 할 당사자”라며 “당명을 권력의힘, 방탄의힘으로 바꾸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