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자 배우자 수당’ 사각지대…“있는지 몰라 6년 간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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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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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을 사흘 앞둔 3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송파구에 거주 중인 국가유공자들이 묘비를 닦고 있다. 2024.6.3/뉴스1
“우리 남편이 6·25 전쟁 참전용사인데요….”

지난해 3월 경기 안양시청. 빛바랜 점퍼를 입은 한 여성이 사무실 문을 열고 말했다. 6·25 전쟁 참전 유공자 부인 한모 씨(78)였다. 그는 “경로당에서 만난 친구한테 유공자 배우자가 받을 수 있는 수당이 있다고 들었다. 저도 혹시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 왔다”고 했다.

한 씨는 10여 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쭉 혼자 살았다. 과거 가게로 쓴 열평형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혼자 생활한 것. 남편이 살아 있을 땐 매달 50만 원인 ‘유공자 수당’을 받아 생활비에 보태 썼지만 남편이 숨진 뒤론 이마저도 끊겼다.

그런데 사실 한 씨는 2017년부터 ‘유공자 배우자 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안양시가 2017년부터 참전 유공자의 배우자에게 매달 10만 원 씩 이 수당을 지급해왔기 때문. 1950년 전쟁 발발 이후 수십년이 흘러 참전용사들이 사망하자 남은 배우자 생계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음을 감안해 생긴 수당이었다. 안양시를 비롯한 전국 163개 지자체가 이 제도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한 씨는 제도 도입 후 6년이 넘도록 이 수당을 몰랐고, 안양시도 그가 누락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안양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뒤늦게 한 씨 등에게 수당을 지급할 수 있게된 건 2017년 이전에 숨진 유공자들의 가족 정보를 최근 보훈부로부터 전달받아서다. 앞서 보훈부는 2017년 이전에 숨진 유공자들의 가족 정보만 지자체로 전달했었다.

안양시 직원들은 한 씨처럼 누락된 사람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관내에 살던 국가유공자 1055명의 가족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렸고, 이 지역에서만 참전용사 배우자 135명이 수당을 받지 못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보훈부와 전국 243개 지자체 대상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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