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배터리 14년 만에 역성장… 이러다간 中에 밀려 도태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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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배터리 산업의 매출이 14년 만에 처음 역성장할 전망이다. 경쟁국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전기차·이차전지 시장이 성숙되기 전 일시적인 수요 정체 때문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방대한 자국 전기차·이차전지 시장을 뒷배로 한 중국의 공세에 K배터리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배터리를 대표하는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 SK온의 올해 연간 매출이 작년보다 10% 이상 감소하고, 삼성SDI도 현상 유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관련 매출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산업 규모가 감소할 것이다. 반면 중국 1, 2위 기업인 CATL과 BYD의 매출은 각각 5%, 23%의 고속 성장을 계속할 전망이다.

K배터리 3개사의 중국 제외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년 전 과반인 57%에서 올해 1∼4월 47%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14%에서 31%로 상승했다. 중국까지 포함한 세계 시장 기준으로는 이미 중국의 점유율이 40%를 넘어 25%인 한국을 추월한 상태다. 한국 기업들이 개발을 주도해 온 고가형 전기차 배터리보다 값은 싸지만 성능이 떨어지던 중국산 저가형 배터리의 기술 수준이 최근 대폭 향상되면서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고가형에만 집중하다가 뒤늦게 저가형 따라 잡기에 나선 한국으로선 매출은 정체되는데 해외 설비투자, 첨단 제품의 기술투자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을 맞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배터리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니켈·리튬·코발트 3대 광물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리스크가 심각하다. 중국이 세계 407곳의 3대 광물 광산 지분을 쓸어 담는 동안 한국은 불과 15곳을 확보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미국 등과 무역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광물 수출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자원 무기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외국산 배터리 수입 규제, 원자재 공급망 확보 전쟁 등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각축전은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배터리는 이미 한국의 수출 7위 품목이자, 국내에서만 3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 핵심 산업이다.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엔진으로 자리 잡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전폭적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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