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기관 66곳 CEO 공백… 그중엔 11개월 공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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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1. 오전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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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후임 인선이 지체되면서 사장 없는 공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공공기관 327곳 중 66곳에서 기관장 임기가 끝났지만 새 수장을 뽑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은 이달 말 임기 만료되는 곳까지 포함할 경우 41곳 중 28곳이 사실상 최고경영자(CEO) 공백 상태다. 임기를 마친 사장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거나, 직무대행이 업무를 대신하는 임시 체제로 꾸려가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동력도, 열의도 없는 상태다.

기관장이 장기 공석 상태인 곳도 상당수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지난해 8월 기관장이 사직한 후 11개월이 지나도록 자리가 비어 있다. 한국에너지재단은 10개월, 강원랜드와 대한석탄공사는 7개월 동안 CEO가 공석이다. 사장이 몇 달씩 비어 있는데도 후보자 공모조차 내지 않은 곳도 많다. 임원추천위원회 구성부터 대통령 임명까지의 절차가 대개 3, 4개월이 걸리고, 하반기에 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기관이 60여 곳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연말까지도 공공기관의 경영공백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21년 대거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임기 만료가 올해 집중돼 공석이 늘어난 점도 있지만 선장 없는 공기업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한층 복합적이다. 낙선·낙천자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자리를 챙겨주는 고질적 병폐 때문에 후임 인선 작업이 4·10총선 이후로 미뤄진 게 컸다. 올해 임명되면 현 정부 내에서 3년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어 권력 주변 인사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 교통정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 개각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산하 기관장 선정 작업도 함께 뒤로 밀렸다. 대통령실이 산하기관의 인사를 틀어쥐고 직접 관리하려다 보니 검증 등 절차가 더 늦춰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랫동안 사장이 없거나 곧 떠날 사장이 자리만 채우고 있는 회사에선 업무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국회 파행으로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정책 집행의 손발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정부 역점 사업과 민생 과제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 낙하산을 배제하고 전문성과 실력에 초점을 두면서 기관장 인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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