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적 수준”…200년 만의 ‘기록적 폭우’ 강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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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내린 폭우로 대전 서구 용촌동 마을 전체가 침수됐다. 10일 오전 소방구조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뉴스1
“한반도 여름 장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상 변수들이 모두 합쳐져 나타난 결과다.”

기상청은 시간당 강수량 기록을 경신하며 20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기록적 폭우가 전북, 충남 지역 등을 강타한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정체전선(장마전선)과 서쪽에서 발생한 저기압, 남쪽에서 불어와 고온다습한 하층제트기류까지 모두 결합되며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9일) 밤 서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한반도에 유입됐다. 저기압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날 밤 한반도 북쪽에 건조한 공기가 강하게 자리 잡은 탓에 장마전선은 북상하지 못했고, 대신 저기압과 결합하며 커진 비구름대가 남부 지방으로 천천히 이동하며 많은 비를 뿌렸다.

여기에 ‘야행성 폭우’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는 하층제트기류까지 가세했다. 하층제트기류는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뜨겁고 습한 바람이다. 낮에는 지표면의 뜨거운 공기가 진입을 가로막아 힘을 못 쓰다 밤에 난류가 약화되면 상륙하며 폭우를 쏟아낸다.

시간당 강수량이 100mm를 넘은 전북 군산시 어청도(146mm)와 익산시(125.5mm), 충남 서천군(111.5mm)과 부여군(106.0mm) 등이 모두 서해에 몰려 있는 것도 하층제트기류의 상륙지점이기 때문이다.

장마전선과 하층제트기류가 한반도 장마공식의 상수였다면 올해 유난히 많이 발생하는 저기압은 새 변수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서태평양 지역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수증기가 공급될 수 있는 유입원이 많아졌다”며 “저기압의 영향력이 갈수록 세지는 걸 보면 내년에는 더 강한 비가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청도에 내린 시간당 강수량 146mm는 관측 사상 최고치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시간당 50mm의 비가 내리면 앞이 잘 안 보이고 100mm 이상이 내리면 빗방울을 맞았을 때 몸에 통증이 느껴진다”며 “어청도에 내린 비는 재앙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2021년 7월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 시간당 200mm의 비가 쏟아졌는데 바로 옆 사람 손도 안보일 정도였다”고 했다.

한편 인접 지역에서도 ‘극과 극’ 날씨를 보이는 것 역시 이번 장마의 특징이다. 10일 어청도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는 동안 약 80km 떨어진 전북 부안군에는 시간당 3mm 가량의 약한 비가 왔다.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얇고 동서로 긴 띠 형태를 보이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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