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세상 떠난 여대생…“알바로 모은 600만원, 후배들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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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후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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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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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故 차수현 학생 추모 문구 게재된 벤치 사진. 뉴시스
교사를 꿈꾸다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대구대학교 생물교육과 차수현 씨(22·여)가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600만 원을 사범대학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기탁한 사연이 전해졌다.

10일 대구대에 따르면 지난달 학교를 방문한 수현 씨의 아버지 차민수 씨는 딸이 모은 돈을 사범대학 후배들을 위해 대학 발전기금으로 전달했다.

수현 씨는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수현 씨의 생전 뜻에 따라 이 돈을 전달했다.

수현 씨는 2021년 교사가 되기 위한 꿈을 안고 대구대 사범대학 생물교육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입학과 동시에 건강 검진을 받던 중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진단을 받았다.

이 질병은 대장이나 직장에 수백에서 수천 개의 선종이 생기는 질환이다. 20여년 전 수현 씨의 부친도 같은 병으로 오랜 기간 투병해 왔던 병으로 알려졌다.

차 씨는 “수현이가 저와 같은 병 진단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며 “딸에게 이런 몹쓸 병을 물려준 게 아닌가 싶어 너무 괴로워서 그 당시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고 했다.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병이었지만 수현 씨는 수술보다는 자연치유 쪽을 택했다. 대장 수술은 후유증이 크게 남을 수 있는 수술이라 갓 스무살 여학생이 견디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대 故 차수현 학생 추모 문구 게재된 벤치 사진. 뉴시스
수현 씨는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3년간 한 학기도 쉬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다. 교내 한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캠퍼스 생활을 이어갔고 연구실에서 연구 학생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병세가 악화한 수현 씨는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 즈음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고, 지난달 초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끝내 숨을 거뒀다.

차 씨는 “딸이 4학년 때 진행하는 교생실습을 그토록 하고 싶어 했는데 그걸 하지 못해 매우 속상해했다”고 말했다.

수현 씨는 생전 부친에게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룰 수 있도록 돕는데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차 씨는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모두 딸처럼 느껴진다”며 “딸의 소중한 뜻이 담긴 이 돈이 교사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작은 응원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구대는 수현 씨가 교사가 되고자 했던 꿈을 캠퍼스에 간직하기 위해 그가 평소 생활했던 사범대학 건물과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 근처에 있는 한 벤치에 수현 씨 이름과 추모 문구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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