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어린이 병원에 쏟아진 러 미사일… “두살배기 아기, 손전등 비추며 응급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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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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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병원 등 38명 사망-190명 부상
“전쟁 범죄”… 유엔 안보리 긴급 소집
한낮에 쏟아진 미사일은 수백 명이 드나드는 어린이병원을 초토화시켰다. 미처 대피소를 찾지 못한 아이들은 몸에 링거 바늘을 꽂은 채 잔해와 먼지가 뒹구는 길 위에서 두려움에 떨었다. 공습 직전 이미 시작됐던 두 살배기 아기의 수술은 손전등에 의지한 채 겨우 끝마쳤다.

8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어린이병원 등을 공습해 최소 38명이 목숨을 잃고 190여 명이 다친 사실이 알려지며 국제적인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유엔은 영국과 프랑스 등의 요청으로 9일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 X(옛 트위터)에서 “러시아군이 미사일 40여 발을 발사해 키이우와 드니프로, 크리비리흐 등 여러 도시에서 피해를 입었다”며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도 4명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린이 사망자들이 어린이병원에서 발생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러시아의 공격 과정에서 키이우 중심부에 있는 오흐마트디트 어린이병원이 큰 피해를 받은 상황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병원은 매일 600명 이상의 어린이 환자가 드나드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어린이병원이기 때문이다. 일부 어린이 환자들은 의료진 도움을 받아 대피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이동이 어려워 병원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당시 신경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던 아들 안드리와 병원에 있었던 올레나 마가레우스카 씨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폭발음이 들리자 남편과 난 아이를 보호하려고 몸을 던졌다”며 “창문이 모두 부서지는 공포 속에서 베개로 아들을 감쌌다”고 말했다.

“병원 건물 잔해 속 어린이 찾아라” 8일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어린이병원에서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잔해 속에서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9일 이 사안을 논의할 긴급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키이우=AP 뉴시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에 따르면 해당 병원에선 의사 1명을 포함해 최소 2명이 숨졌고, 어린이 7명 등 16명이 다쳤다. 현재 실종자를 찾기 위한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러시아는 해당 시설 폭격을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군사시설과 공군기지를 공습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린이병원 등 민간 시설을 겨냥하진 않았다”고 반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키이우 어린이병원 미사일 공격은 그들의 잔혹성을 상기시킨다”며 “동맹국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강화하는 새로운 조치들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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