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英 보수당 190년 만의 최악 참패… ‘무능’에 대한 냉엄한 심판
이번 영국 총선 결과는 경제난과 공공부문 실패, 이민 급증 등 위기 속에서 당내 분열과 정책 실패로 총리 교체가 거듭된 집권당의 무능 리더십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었다. 수낵 총리는 올해 1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하고 물가가 안정되자 총선을 석 달가량 앞당겨 시행하는 깜짝 승부수를 던졌지만, 그간 누적된 국민 불만을 다독이지 못했다.
보수당 참패의 원인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거슬러 올라가는 장기 경제난이 꼽힌다. 오랜 브렉시트 협상 과정의 혼란과 곧이은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는 급등했고 공공서비스의 질적 수준도 떨어졌다. 그런데도 전전 총리는 코로나 봉쇄 기간에 총리실에서 술판을 벌이고 거짓말까지 했다는 ‘파티 게이트’ 사건으로, 전 총리는 재정 대책도 없는 대규모 감세를 내건 ‘미니 예산안’ 파동으로 국민 신뢰를 잃었다.
그런 보수당의 무능에 맞서 노동당은 중도 실용주의 전략으로 변화를 이끌며 지평을 넓혔다. 스타머 대표는 아동수당 확대, 고소득자 증세 같은 좌파적 공약을 철회하고 친기업적 정책을 내놓는 등 과감한 우클릭 행보를 보였다. 그 결과 노동당은 이번에 1997년 ‘제3의 길’을 내건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압승에 버금가는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사실 변화와 개혁은 영국 보수당이 자랑하던 성공의 열쇠였다. 파괴적인 혁명을 막으면서 시대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선제적으로 개혁한 결과가 200년 가까운 보수당의 역사였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보수당이 보여준 것은 집권층의 위선과 안주, 이념 과잉의 무능이었다. 이념에 갇혀 변화를 거부한 무능 정당의 몰락은 비단 영국에만 국한된 운명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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