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잃었지만 골퍼로 새삶” 로봇 등 첨단기술이 돕는 산재 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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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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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병원 직업복귀 성공률 70%
웨어러블 로봇으로 보행훈련 등
특화된 전문시설로 재활의욕 높여
전국 산재기관 132곳… 이용 8%뿐
장애인 골프선수 권종민 씨가 지난달 20일 경기 시흥시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골프채를 짚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흥=신원건 기자 [email protected]
“사고 후 많이 힘들었지만 재활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수도권의 한 기계 제작 업체에서 공장장으로 일하던 권종민 씨(57)는 2019년 8월 30일 작업 중 옷소매가 기계에 끼여 오른손까지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오른손 위 전완부(팔꿈치와 손목 사이)를 절단해야 했다. 망연자실한 그에게 지인은 “산업재해 전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권 씨는 소개받은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에서 2020년 말까지 전문 재활 치료를 받았고, 의수(義手)를 사용해 물건 잡기 등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용접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특히 재활 과정에서 처음 배운 골프는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지난달 20일 경기 시흥시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권 씨는 “현재 인천 장애인체육회 소속 골프 선수로 활동 중”이라며 왼손만으로 힘차게 골프채를 휘둘렀다.

● 웨어러블 로봇으로 보행 훈련

20일 인천병원에서 정문영 씨가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재활 훈련을 하는 모습. 인천=신원건 기자 [email protected]
권 씨처럼 산재로 장애를 얻은 경우 일상생활이나 직업 복귀를 위해선 적시에 전문 재활 서비스를 받는 게 중요하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인천 부평구 인천병원 3층 중추신경발달치료실에선 환자들이 보행 등 다양한 재활 훈련을 받고 있었다. 작업능력강화훈련실에선 물건 옮기기 등의 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이 산재병원은 로봇 보행, 무중력 보행 등 첨단 시스템과 수중재활실, 작업능력강화훈련실 등 특화된 재활치료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활용해 보행 연습을 하던 정문영 씨(64)는 2021년 11월 건설 현장에서 용접 작업 중 위에서 떨어진 물체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일주일에 두 차례 로봇 보행 훈련을 하는 그는 “일반 보행 훈련보다 균형을 맞추기 편하고, 오래 버틸 수 있어 10분 안팎이던 훈련 시간도 30∼40분까지 늘었다”며 만족해했다. 임동근 물리치료사는 로봇 보행 훈련에 대해 “지구력 증가뿐 아니라 근육 재건이나 관절 운동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천병원에는 다양한 재활 치료 기법 등을 연구하는 재활의학연구센터가 있다. 이 센터의 이강표 센터장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 더 정교하고 체계적인 훈련이 가능하다”며 “환자의 재활 의욕 고취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공단 산하 병원은 의료 재활에 직업·사회심리 재활까지 포괄하는 통합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산재 요양을 끝내고 직업 복귀에 성공한 비율(장해자 기준)을 보면 공단 병원이 70.5%로 민간 병원(33.1%)의 두 배 이상이었다.

● 전문 재활 치료받는 환자 8.4%뿐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국에서 재활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은 공단 소속 병원 9곳과 의원 3곳을 포함해 총 132곳이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 재활 치료 대상자(3만6605명) 중 재활인증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사람은 8.4%(3074명)에 불과했다. 전문 재활 치료 대상자란 뇌혈관, 척추, 관절 등 10대 질환으로 산재 승인을 받은 사람 중 경증을 제외하고 전문 재활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다.

공단은 전문 재활 치료 대상자로 보이면 재활 특별진찰(특진)을 권고하는 안내 문자를 보낸다. 또 특진 결과 전문 재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재활인증의료기관으로 옮길 것을 권한다. 하지만 전문 재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환자가 스스로 특진에 필요한 절차를 알아봐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어 이용자가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지금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재활 특진을 더 적극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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