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00m 두고 나뉜 한남동 찬반 집회
"국민에 총구 겨누다니"vs"나라 망가지는 것 막아야"
한강진역 한때 무정차 통과…한남대로 전면 통제[이데일리 송주오 김형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회가 무산된 직후 첫 주말, 윤 대통령의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엔 지옥도가 펼쳐졌다. 탄핵 찬성과 반대 측이 각각 광화문과 대통령 관저가 있는 한남동까지 집회를 개최했는데,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이 한남동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양쪽이 맞붙은 탓이다. 이 때문에 한남동 일대 교통이 전면 통제되는 등 일반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됐다.
|
같은 시각 약 400여m 떨어진 곳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이 볼보빌딩에서 일신빌딩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행진은 일신빌딩 근처에서 경찰에 막혔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2명이 경찰 폭행 혐의로 현장에서 연행되기도 했다. 조합원 1명은 부상을 입었다.
집회 현장 인근 곳곳에 세워진 민주노총 버스에 부착된 ‘윤석열을 체포하고 헌정질서 회복하자’ ‘내란집단 처단하고 민주주의 회복하자’ 문구를 부착하고 있었다. 민주노총은 “수사당국이 윤석열 체포를 못하겠다면, 우리가 직접 잡으러 가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후 4시가 되자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경찰 바리케이드가 무너지고 1개 차로를 제외한 한남대로 전 차선이 점거됐다. 이후 나머지 차선도 막혀 오후 5시 45분 기준 한남대로 전 차선이 인파로 꽉 찬 상황이다.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던 김상우(58)씨는 “원래 광화문으로 가려고 했지만, 한남동도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왔다”며 “매주 집회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 때도 국회로 달려갔다. 대통령이 국민한테 총구를 겨누는 게 말이 되나”며 “잡혀갈 때까지 계속 나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광화문에서도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5차 범시민대행진’을 열고 윤 대통령에 대한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한편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명복을 빌었다. 그간 신나는 케이팝 음악과 화려한 응원봉이 있었던 집회 현장은 차분한 민중가요와 추모 리본이 붙은 응원봉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집회 현장 곳곳에는 제주항공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추모의벽’이 세워지기도 했다. 이들은 본격적 집회 전 대규모 묵념을 통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50대 강모씨는 “더불어민주당에서 탄핵 재판에서 내란죄 내용을 뺀다고 한다. 이게 꼼수가 아니면 뭐냐”고 반문한 뒤 “우리라도 나와서 나라꼴이 망가지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나. 이재명은 완전 범죄자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중국에 나라를 팔아먹고 북한에 퍼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은 4시 이후 한남동으로 이동했다. 양측 집회 참가자들이 인근에서 마주치면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일반 시민들도 불편을 겪었다. 한 시민이 보수집회 참가자를 향해 “시끄럽다”고 항의하자 시비가 붙기도 했다. 이런 탓에 한남동 일대 교통이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인파가 몰려든 이날 오후 5시 21분부터 한강진역 상하선 열차는 무정차 통과 중이라고 안내했다. 열차는 오후 5시 41분부로 정상 운행되고 있다. 용산구청도 이날 관저 인근 대규모 집회로 인해 한남대로(한남오거리~북한남삼거리) 양방향을 통제하고 있다며 우회 통행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