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 먹기’ 10년 고정금리 주담대 출시 코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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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9. 오전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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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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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포커스]정부 가계대출 경감책에 은행 출시
"은행, 장기 고정금리 운용 조달리스크 커"
"커버드본드 발행부대비용 많아 실익 적어"
변동형 금리 선호하는 환경상 외면 가능성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10년 주기형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시중은행이 ‘울며 겨자 먹기’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정하겠다며 금융당국이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확대를 추진하자 이에 발맞춰 상품 출시를 준비해서다. 10년 고정금리라는 장기 상품의 특성상 은행으로서는 고정금리에 맞춰야 하는 자금 조달 리스크가 큰 데다 금리 인하기로 접어드는 현재 변동 금리를 선호하는 차주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과연 장기 상품을 선호할지도 미지수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내달 9일부터 가계용 대출거래 약정서 개정을 통해 대출 이자율 적용 기준 ‘금융채 10년물’을 추가했다. 10년 주기형 고정금리 주담대를 출시하기에 앞서 대출 약관을 개정한 것이다.

은행채는 최장 5년물까지 발행할 수 있는데 금융채 10년물은 시가평가 테이블 상에 존재하는 가상의 금리다. 신한은행은 10년 만기의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도 10년 만기 커버드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커버드본드는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담대, 공공기관 대출채권 등 우량 자산을 이용해 담보자산 풀을 만들고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을 가리킨다. 10년 이상 커버드본드를 활용해 장기·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합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그간 은행들은 5년 만기의 커버드본드만 취급했다. 신한은행은 10년 주기의 주담대 상품을 출시하는 만큼 장기 조달을 위해 커버드본드를 발행해 충당하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가계대출 경감 대책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10년 만기 커버드본드의 수요가 뒷받침될 것이냐는 점이다. 발행 금리가 은행채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야 수요가 충분한데 현재 상황으로는 쉬워 보이지 않아서다. 이날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연 3.347%로 커버드본드 5년물 금리(3.305%)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10년물 커버드본드의 예상 금리는 3.743%로 은행채 10년물(3.805%)보다 낮을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일반 은행채와 달리 커버드본드는 발행 시 추가되는 부대비용이 상당하고 주택금융공사의 지급 보증이 붙으면 보증 수수료 부담도 발생해 은행으로서는 실익이 적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은 장기 자금 조달을 하지 않으면서도 장기 대출운용을 무리 없이 해온 상태로 자체 장기·고정형 주담대 비중 규제가 생겼다 해서 자금조달 패턴을 갑작스럽게 대폭 바꿀지 의문이다”며 “과거에도 커버드본드 활성화 대책이 있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에 차주는 당연히 변동형을 선호한다”며 “앞으로 기준금리가 어떻게 변동할지 알 수 없지만 10년짜리 주담대 상품이 나온다면 금리 상황에 따라 외면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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