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화단에 누가 뭘 묻어요"…전국 마약 유통 조직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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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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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원대 필로폰·케타민 등 마약 밀수입 70명 송치
샴푸통에 담고 땅에 묻어가며 수사망 피해
마약 숨긴 1300개소 찾아 유통 전 회수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60억원대 마약을 국내에 유통한 조직 총책 등 70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이들 중 41명을 구속하고. 마약을 숨긴 장소를 찾아 유통되기 전에 회수했다

경찰이 마약 불법 유통조직이 숨긴 마약 등 증거물을 정리하고 있다.(사진=강동경찰서 제공)
서울 강동경찰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필로폰과 케타민, 합성 대마 등 마약류 60억원어치를 국내에 불법 유통하거나 보관·운반·홍보한 일당 70명을 송치하고 이 중 41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마약류의 밀수입과 유통·보관·운반 등 각 범죄를 위해 조직된 개별 조직들은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활동했다. A(23)씨 등 9명은 필로폰·케타민 등 각종 마약류를 밀수입해 유통했고, B(21)씨 등 10명이 오피스텔과 빌라 등을 빌려 밀수입한 마약을 보관하면 C(20)씨 등 운반책 19명이 마약을 운반하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원료물질을 밀수하거나 마약으로 만든 일당 3명 중 1명은 베트남인이었다. 마약 보관에 가담한 B씨와 마약 홍보 및 대화방 운영을 맡은 D(21)씨는 텔레그램에서 소문난 마약 홍보 채널의 운영자로 드러났다.

이들은 A씨 등이 밀수업자로부터 국제택배로 각종 마약을 밀수하면 샴푸통 등에 담아 전달하거나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보관해 비대면 거래하는 방식(던지기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일부는 베트남에서 들어온 대마 원료물질을 13㎏ 상당의 합성 대마로 제조해 경기 안성시 소재의 하천변에 묻기도 했다.

A씨 등 41명은 일면식이 없는 상태에서 텔레그램으로 △마약류 밀수 및 조직원 모집 △채널 운영 유통 △마약 관리 △홍보와 같은 역할을 분담하고, 불상의 밀수업자로부터 공급받은 마약류를 비대면 거래로 전국에 유통했다. 운반책 역시 텔레그램으로 고용해 좌표를 주고, 매수자들이 코인 대행업체의 무통장 계좌나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보내면 마약을 보관한 장소의 위치를 알려줬다.

지난해 9월 3일 ‘아파트 화단에 수상한 것을 묻는 젊은 남성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풍선에 담긴 흰색 가루를 발견했다. 신고 장소의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경찰은 나흘 만에 경기 안산시에서 운반책 C씨를 긴급체포하고 보관 장소 500곳을 파악해 마약을 회수했다. 또 휴대전화와 전자 정보 분석 등을 통해 총책과의 비대면 거래 장소를 확인하고 각 조직의 총책들을 추적해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들이 마약을 숨긴 장소 2000곳 중 1300여곳을 파악해 유통 전 마약을 회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필리핀으로 출국한 마약 유통 총책 C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하는 동시에 여권 무효화 조치와 인터폴 적색수배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국내에 검거되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 판매 채널 운영자와 다수의 운반자·매수자 등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이 장기간 마약유통범죄를 저질러왔을 것으로 보고, 전국 경찰서에 텔레그램 채널명과 피의자 정보를 공유해 각 관서에서 다루고 있는 피의자 불특정 사건과 대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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