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적자 탈출했는데…실익·명분 다 잃은 삼성노조 파업(종합)

입력
수정2024.07.08. 오후 6:08
기사원문
김정남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창립 첫 총파업, 수천명 나왔다
'메모리 슈퍼사이클' 진입했는데 노조 암초
"파업 장기화시 생산 차질 가능성↑" 우려
상반기 성과급 받았는데…명분 약한 파업
[이데일리 김정남 조민정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가 창립 이후 처음 개최한 총파업에 수천명 넘게 참여했다. 노사가 협상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총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실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적자를 털고 이제 막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는데,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난 것이다.

8일 오전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창립 첫 파업, 우천 속 수천명 나와

8일 업계와 전삼노 등에 따르면 전삼노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이 6540명이라고 공개했다. 기흥, 평택, 천안, 온양, 구미, 광주사업장 등에서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설비, 제조, 개발 공정 참여자는 5211명이라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앞서 노조 집행부는 5000명 이상을 목표로 조합원들의 파업 참가를 독려해 왔다.

다만 업계는 실제 현장에 참석한 조합원을 2000~3000명으로 추산했다. 현재 전삼노 조합원은 3만657명으로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4% 수준이다. 이날 우천 속에 우비를 입고 총파업 장소에 나온 이는 전삼노 조합원의 10%가 채 안 된다는 의미다. 1차 총파업 기간은 이날부터 사흘간이다.

전삼노 측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며 “특히 설비, 제조, 개발 직군에서만 5000명 이상이 왔으니 생산 차질은 무조건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당초 관측보다 많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전삼노는 총파업에 따른 요구안으로 △전 조합원에 대한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유급휴가 약속 이행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 개선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손실에 대한 보상 등을 거론했다. 전삼노는 이번 총파업을 통해 생산 차질을 유발해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협상이 전향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5일부터 닷새간 2차 총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파업 장기화시 생산 차질 가능성”

주목할 것은 실제 생산에 문제가 생길지 여부다. 아직은 생산 차질이 빚어질 조짐이 보이지 않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라인은 24시간 3교대 가동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며 “하루 이틀 정도는 대체 인력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8일 오전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삼노의 이번 총파업은 사실상 ‘국가 안보’로 격상된 반도체를 두고 주요국들의 전쟁이 격화하는 와중이어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칩워’에서 밀리면 사측과 노조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어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협상안의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달 27일 중앙노동위원회 제3차 사후조정회의에서 12시간이 넘는 논의 끝에 △향후 노조와 임금교섭 타결 전 회사 임금조정 결과 발표 지양 △올해 50만원 여가포인트 지급 △올해 휴가 의무사용 일수 2일 축소 △회사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사 상호 협력 등 4개 안건을 도출해 구두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7월 5일을 특정해 임금협약 조인식을 진행하자는 계획까지 수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삼노 집행부는 내부 논의를 거친 후 이같은 합의를 깼다. 일부 강경 노조원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인사는 “노사간 협상 카드가 마땅치 않아서 추후 평행선을 달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성과급 더 받을 텐데, 명분 약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에는 사흘만 하지만 다시 반복해서 파업을 한다면 회사에 큰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갈등이 조만간 해소될 것 같지 않다”며 “추후 기업 실적에 상당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이 명분이 너무 약하다는 비판 역시 많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기를 탄 만큼 올해 실적이 좋으면 성과급을 더 받을 수 있는데, 오히려 파업 탓에 실적이 악화하면 모두가 손해라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어닝 서프라이즈’에 DS부문의 상반기 목표 달성 장려금(TAI)을 월 기본급의 37.5~75%로 공지하고 이날 지급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