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외면에 자리싸움만”…계속된 파행에 지방의회 무용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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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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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 1·2차 모두 불발 파행 장기화
지난 7·8대 이어 9대까지 치열한 다툼에 일상화된 식물의회
시민·NGO “대책마련” 촉구…법이나 정치적제재 방법 없어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시의회가 또 다시 원 구성을 놓고, 파행을 반복하면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민생을 외면한 채 자리싸움에만 혈안이 된 지방의회 의원은 물론 각 정당에 공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대전시의회 전경. (사진=대전시의회 제공)
대전시의회는 지난 3일 열린 제280회 임시회에서 의장 후보인 김선광 의원에 대한 2차 찬반 투표를 진행했지만 찬성 11표·무효 11표로 과반 득표가 나오지 않아 의장 선출이 불발됐다. 이는 지난달 26일 열린 1차 투표와 같은 결과다. 출석 의원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하면서 결선 투표를 진행해야 하지만 후보 등록 인원이 김 의원 1명으로 결선 투표 요건은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전시의회는 다시 선거일을 지정하고 의장 후보자 등록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

의장 선거 후 실시 예정이었던 부의장 선거도 의장 선출이 불발되면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의장단 선거 파행은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김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들과 반대하는 의원들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비롯됐다. 소속 정당을 보면 대전시의회 의원 22명 중 20명이 국민의힘, 2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그간 대전시의회는 의장 선출 과정에서 파열음이 계속됐다. 제7대와 8대에 이어 이번 9대 의회까지 거의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원 구성 파행은 감투싸움에 약속 파기, 정당간 힘겨루기 등의 원인으로 요약된다. 의장단을 비롯해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자리다툼이 반복됐다.

또 약속 파기로 인한 파행은 특정 정당이 의회를 독식했을 때 발생한다. ‘전반기 의장단은 후반기 원 구성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파기되거나 선수 우선이라는 관례가 깨지면서 불거지며,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기에 정당간 힘겨루기로 원 구성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이는 여·야간 의원 수가 비슷할 때 벌어진다.

4년 전 민주당 일색이었던 지난 8대 의회 후반기에도 시의원들이 의회 로비 농성에 나설 정도로 당시 갈등의 골은 깊었다.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자당 의원총회에서 3선의 권중순 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단독 추천했다. 그러나 정작 본회의에서는 11대 11로 부결됐다. 두차례 표결에서 같은 결과가 나오면서 권 의원은 대전시의원직 사퇴를 선언했고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며 농성을 벌이는 등 파행이 이어졌다.

지난 7대 의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김경훈 시의원이 당론을 어기고 출마해 의장에 선출됐고 오랜 파행 끝에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해 8월 김 의원을 제명했다. 대전시의회는 10일 후반기 의장선거를 다시 치를 예정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간 이견이 커 장기간 식물의회가 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대전시의회 및 각 정당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진보당 대전시당은 성명을 통해 “민생을 저버리고 식물의회를 만든 시의원 전원은 세비를 반납하고 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감투싸움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파행을 야기한다면 시민과 함께 사퇴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의장 선거는 2년간 대전시의회를 운영해 나갈 장을 뽑는 중요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창구가 없다”고 전제한 뒤 “지방자치는 지방의회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며, 시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투명한 과정을 통해 의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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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사회부 대전충청 주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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