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산불로 주민들이 대피한 가운데 차량과 주택이 불타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생지옥이 따로 없다”
뼈대만 남은 집과 차량. 빈손으로 거리로 나온 사람들. 그리고 밤낮없이 빨간 하늘. 1년 내내 청명한 날씨로 유명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결과다.
바다 건너 먼 나라 일도 아니다. 이번 믿지 못할 산불의 배경으론 기후변화가 꼽힌다. 그리고 한국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화재로 집을 잃은 한 시민.[AFP] |
실제 지구 기온이 지난해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돌파하며, 우리나라의 산불 발생 가능성도 8%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추이도 심상치 않다. 2020년대 이후 대형 산불이 일어나는 빈도가 점차 잦고, 산불로 인한 피해액 규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23년 4월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불이 나 주택이 불에 타고 있다. 현재 강릉에는 강풍경보와 건조경보가 동시에 내려져 있다. [연합] |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해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할 시, 산불 발생 가능성도 8.6%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미 해당 수치를 넘었다는 것. 코페르니쿠스 기후 서비스에 따르면 2024년은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증가한 첫해로 기록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화재 현장.[AP] |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연관성이 크다. 기온 상승은 땅과 식물을 더 건조하게 만든다. 이 경우 산불 발생 시, 불을 옮기는 나무, 풀 등 식물의 가연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LA 대형 산불 또한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LA 지역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3도가량 늘어, 전 세계 평균(1.55도)보다 두 배가량 빠른 온난화 속도를 보였다.
쉽사리 불이 꺼지지 않는 것 또한 기온상승으로 인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10월 이후 LA 공항 인근의 강수량은 0.08cm에 불과해, 1944년 이래 가장 건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4월 충청남도 한 야산에 발생한 산불.[산림청 제공] |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 면적 대비 산림 비중이 가장 높은 강원도는 이전부터 한랭 다습한 기후로 유명했다. 하지만 기온 상승으로 인해 점차 고온 건조한 기후로 변화하고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강원도의 연대별 봄철 상대습도는 1990년대 62.8%에서 2010년대 58.1%로 낮아졌다. 특히 겨울철과 봄철 감수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며, 산불 위험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산불 발생 빈도도 잦아진다. 산림청에 따르면 연간 산불 발생 일수는 2000년대 평균 136일, 2010년대 142일, 2020년대 169일 등으로 지속 증가했다.
2023년 4월 강원도 강릉 경포대 인근 강릉 화재 현장. 불에 타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팬션. 김빛나 기자. |
아울러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 및 규모도 늘어났다. 2020년대 연평균 산불 피해 면적은 2010년대에 비해 10배가량 늘었다. 피해액도 2013년 250억원에서 2022년 1조3463억원으로 증가했다.
위험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통상 대형 산불은 건조한 봄철에 강원도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며 ‘4월의 강원도’라는 공식이 존재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강원, 경북, 경남 등 전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등 전국적인 산불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소방대원들이 중장비를 투입해 잔해물을 걷어내며 화재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
이에 정부는 산불 진화 및 예방 대책을 고도화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산림청은 산불 진화용 웨어러블 로봇 도입, 산불 감시 플랫폼 고도화 등 대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 지구적인 기온 상승세가 이어지며, 산불 발생 가능성은 지속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산불 발생이 잦아지며 기후변화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불이 수목을 태우는 과정에서 단기간에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2005년에 강원도 양양의 산림 973헥타르를 재로 만든 대형 산불 당시, 이틀 동안 5만7940톤의 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동차 7242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과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