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金 투자자, S&P 500 수익률보다 더 쏠쏠
금통장 계좌도 27만개 돌파...30만개 초읽기
월가 “금값 랠리”…온스당 3000달러 전망
지난달 27일 기준 금 통장 계좌 수는 27만1824개로, 올해 30만 계좌 돌파가 유력하다. [게티이미지뱅크·망고보드]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박하연 씨(가명·34세)는 새해 재테크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최근 ‘금 통장(골드뱅킹)’에 새로 가입했다. 그는 “작년 한 해 비트코인을 따박따박 사 모으면서 재미를 봤지만, 올해 시장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경기 불확실성도 크다고 하니 새해에는 매달 20만원씩 금을 사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金) 거래가 최근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 정국으로 국내 정세가 불안한 데다 지난해 가파르게 치솟은 금값이 올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에 은행 예금으로 금 현물에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골드뱅킹’ 투자 수요도 커지면서 계좌 수도 30만개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금 통장을 취급하는 시중은행 3곳(KB국민·신한·우리)의 금 통장 잔액은 총 7790억원으로 2023년 말(5177억원)보다 50.5% 증가했다. 이는 월말 기준 연중 최고치다. 작년 1월 말 5600억원을 웃돌던 잔액은 같은 해 7월(6194억원), 10월(7773억원) 순으로 ‘앞자리 숫자’를 잇달아 바꿀 정도로 빠르게 불어났다. 특히 지난 10월 금값이 연중 고점을 찍고 숨 고르기에 진입하면서 잔고도 소폭 감소했는데, 지난달 다시 383억원이 늘었다.
금통장은 금 실물 거래 없이 0.01g 단위로 상한액 없이 자유롭게 금 거래(입출금)를 할 수 있어 적립식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출금 시에도 시세와 환율을 적용해 현금이나 금 현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금을 사고팔 때마다 수수료가 1%씩 나가고, 매매 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이 붙는다. 또 거래 시점의 금 가격과 환율을 반영한 ‘기준가격’을 적용하기 때문에 금값이 올라도 환율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 금값이 뛰면서 투자자들도 쏠쏠한 재미를 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지난해 약 27% 올라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상승률(25%)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냈다. 국제 금값은 랠리를 지속하며 지난 10월 말 온스당 2800달러선까지 올랐다가 미 대선을 거치면서 현재 2600달러선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선 지난해 금값 상승률이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통장을 찾는 투자자들도 급증했다. 금 통장 계좌 수는 27만1824개로, 지난 한 해에만 2만개 넘게 증가했다. 2023년 말 약 25만개 수준이었지만 연초 이후 꾸준히 늘어 작년 10월 27만개를 첫 돌파했다. 이 같은 속도라면 올해 30만개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값이 꾸준히 오른 데다 트럼프 당선 이후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 투자 수요도 높아진 모습”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새해도 금값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인 JP모건과 골드만삭스, 시티그룹은 올해 금값 목표가격을 온스당 3000달러로 제시하며 가장 유망한 귀금속·원자재 투자처로 평가했다.
특히 중국이 외환보유고를 달러화 기반 자산 대신 금처럼 외국이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자산으로 채우려 하면서 국제 금 시장에서 강력한 수요처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세계금위원회(WGC)가 세계 각국 중앙은행을 상대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29%의 중앙은행이 향후 12개월간 금 보유량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금값 조정 국면을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월 이후 금 가격이 박스권을 보였다”면서 “올해 미 연준이 긴축으로 통화정책을 되돌리지 않은 한 금 가격은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단기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의 경우, 트럼프발 시장 리스크에 탄핵 정국까지 맞물려 안전자산 수요도 더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올해 금 가격 상승 폭이 시장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보고서를 통해 ▷그간의 금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 ▷미 달러화 강세 ▷비트코인으로 머니 무브 등 이유를 들어 금 투자 수요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