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 신용 스프레드도 오름세
금융당국, 당장 우려할 수준 아니라지만
정치적 혼란 장기화에 시장 우려는 확산
원/달러 환율이 27일 장중 한때 1480원대에 올라섰다. 이는 지난 금융위기 당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11시 7분 기준 원/달러 환율이 1482.90원을 나타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야금야금 오르고 있다. 글로벌 경제 환경 악화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초유의 정치 불확실성 여파다. 이미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가치가 폭락하며 원/달러 환율이 27일 오전 한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 1480원대까지 치솟았다. 국내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되면 국가 신인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CDS 프리미엄(5년물 기준)은 지난 25일 37.075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12·3 비상계엄 사태 직전 33~34bp 수준에서 3주 새 3bp가량 오른 것이다.
상승폭 자체가 크진 않지만 수개월간 30bp 초반을 유지해 온 CDS 프리미엄이 비상계엄 선포·해제를 기점으로 오름세로 바뀌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이다. 보험가입 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비싸지는 것처럼 채권 발행 기업·국가의 부도 가능성이 높을수록 CDS 프리미엄이 높다.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은 탄핵 정국에 돌입한 지난 4일 35.75bp로 뛰었고 1차 탄핵 의결을 전후로 36bp 선을 넘었다. 2차 탄핵 의결 직전인 13일 37.0bp까지 오르던 수치는 탄핵 가결로 36bp 선으로 내려왔지만 다시금 상승하면서 19일 37.36bp를 기록하는 등 37bp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나라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국고채 금리와 기업에 대한 시장의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신용 스프레드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직전 거래일인 24일보다 2.2bp 오른 연 2.648%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도 연 2.904%로 2.8bp 상승했다.
3년물 회사채(신용등급 AA-)와 국고채의 금리 차이인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 26일 기준 68.2bp로 지난 3일(58.4bp) 대비 9.8bp 올랐다. 신용 스프레드는 올해 들어 금리 인하 기대, 신용위험 축소 등으로 줄어왔으나 최근 10개월 새 가장 크게 벌어졌다. 신용 스프레드 확대는 회사채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의미로 기업으로서는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CDS 프리미엄도, 신용 스프레드도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지만 경제 하방 압력이 거센 상황에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어 시장의 불안감은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가 신인도와 외국인 자금 흐름에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원/달러 환율은 연내 최고 1460원까지 오른다는 관측을 깨고 이날 장중 1480원대를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조기에 1500원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탄핵 정국에 대한 외국인의 우려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옥스퍼드 애널리티카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이 내년까지 장기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고 차이나 데일리도 “정치적 혼란이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보도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 확대로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바라보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 완화가 선제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