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온도 3.9~4.5℃·해수면높이 55~58cm 상승
‘바다의 폭염’ 해양열파 발생일수 288~299일 증가
성탄절인 지난 25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관광객과 나들이객들이 겨울 바다 정취를 즐기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탄소 감축이 진행되지 않으면 2100년 한반도의 해수면 온도가 최근 10년 보다 4.5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면 높이도 약 58cm 상승해 폭풍해일의 위험성도 커진다. 또 1년 중 대부분이 높은 강도의 해양열파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고해상도(약 8km) 해양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2100년까지의 한반도 해양 기후의 전망을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분석에는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 제시된 저탄소 시나리오와 고탄소 시나리오가 활용됐다. 저탄소 시나리오(SSP1-2.6)는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고탄소 시나리오(SSP5-8.5)는 산업발전에 중심을 둔 높은 화석연료 사용량과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 확대를 가정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2015~2024년) 대비 2100년까지의 한반도 주변 해양기후 변화와 그 영향은 저탄소 시나리오에 비해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더 뚜렷한 변화 양상을 보였다.
먼저 고탄소 시나리오대로 탄소 감축이 진행되지 않으면 한반도의 해수면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21세기 말(2091~2100년)에 이르러서는 최근 10년 대비 평균 4.28도 상승한다. 특히, 서해와 동해 중부 해역에서는 해수면 온도가 약 4.5도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 주변 해역 10년 단위 해수면 온도 변화량(℃). 파란색은 저탄소 시나리오(SSP1-2.6), 빨간색은 고탄소 시나리오(SSP5-8.5). [기상청 제공] |
해양열파(marine heatwave)의 변화를 살펴보면, 21세기 말 발생일수와 발생강도 모두 최근 10년 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해양열파의 발생일수는 295.5일, 발생강도는 2.54도로 측정됐는데, 이는 저탄소 시나리오보다 각각 100일, 2도 이상 더 증가한 수치다.
‘바다의 폭염’이라 불리는 해양열파는 해수의 온도가 평년보다 극단적으로 높은 상태가 수일에서 수개월 동안 지속되는 현상이다. 해양열파의 발생일수 및 발생강도가 증가하면 한반도 주변의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폭염 등 극한기상이 잦아질 수 있다.
표층염분도 향후 감소될 것으로 분석됐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표층염분이 204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1세기 말에는 저탄소 시나리오에서의 감소폭의 2배에 달하는 약 1.1psu까지 감소했다. 해역 중에선 서해중부(1.70psu)와 서해남부(1.45psu), 남해서부(1.31psu)에서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
아울러 해수면 높이도 상승할 예정이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21세기 말 해수면높이는 저탄소 시나리오에 비해 0.21m 더 높은 약 0.56m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해남부(0.58m)와 남해동부(0.57m), 동해중부(0.56m) 순으로 상승폭이 높았지만, 해역별 편차는 크지 않았다.
한반도 주변 해역 해수면높이 변화량(m). 파란색은 저탄소 시나리오(SSP1-2.6), 빨간색은 고탄소 시나리오(SSP5-8.5). [기상청 제공] |
해수면 온도와 해수면 높이가 올라가면 폭풍해일의 강도가 높아지고 극한 파고(波高·파도의 높이)가 상승할 수 있다. 해수면 온도와 표층염분 변화는 한반도 주변 해역 어업·양식업 등 수산 분야 피해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한반도 주변 해역에 대한 상세한 미래 예측자료는 해양 분야의 기후위기 적응과 대응을 위한 중요한 기초자료”라면서 “기상청은 기후위기 감시·예측 총괄기관으로서 신뢰도 높은 기후변화 예측자료 생산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상청이 발표한 전망자료는 국립기상과학원의 ‘전지구 기후변화 예측모델(K-ACE)’을 활용해 생산한 저해상도(약 100km) 시나리오를 수평해상도 약 8km인 지역파랑(波浪)모델로 상세화한 것이다. 송하준 연세대 송하준 교수, 탁용진 강릉원주대 교수 연구팀 등이 공동연구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