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에어매트로 뛰어”…긴박했던 부천 호텔 화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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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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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음 울린 뒤 비명 이어져"…소방 도착 때 이미 연기 가득 차
"누군가 비명 지르는 소리 듣고 바로 내려왔어요."
22일 오후 경기 부천 모 호텔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인명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불로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22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모 호텔 앞에서 만난 중국 국적의 40대 A씨는 화재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호텔 5층에 머물던 A씨는 "처음에는 화재 경보음이 울렸고 비명이 이어지더니 연기가 나는 걸 봤다"며 "불이 난 것을 직감하고 짐을 챙길 틈도 없이 일행들과 몸을 피했다"고 말했다.

A씨 일행이 대피 후 찍은 영상에는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8층 객실 창문으로 투숙객으로 추정되는 2명이 불과 4∼5초 차이를 두고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 장면을 목격한 또 다른 시민은 "에어매트로 떨어진 남녀가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이날 8층 객실에서 시작한 불은 호텔 전체로 번지진 않았지만, 건물 내부에 검은 연기가 확산하며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자는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건물 내부에 이미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며 "창문으로 많은 연기가 분출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B씨는 "맞은편 호텔 7∼8층 높이에서 시뻘건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며 "순식간에 소방차 여러 대가 밀려들었다"고 말했다.

호텔 바로 옆 고시원에 사는 한 목격자는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부터 불이 나고 있었고, 한 남자가 ‘살려주세요’라며 크게 외치는 소리도 들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국적의 숙박객 4명은 국내 병원에서 수술이나 건강검진 등을 받으려고 입국한 뒤 이곳 호텔에 머물다가 겨우 화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현장 주변에서는 미처 짐을 챙기지 못하고 대피한 투숙객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현장 상황을 지켜봤다.

이번 화재는 이날 오후 7시 39분께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9층짜리 호텔 8층 객실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투숙객 등 7명이 숨졌으며 중상 3명을 비롯한 부상자 11명은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불이 난 호텔 건물에는 모두 64개 객실이 있으며 화재 당시 27명이 투숙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 호텔 객실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며 "진화가 끝난 뒤 내부를 모두 수색해야 정확한 인명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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