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찔렸어야 했나" '흉기난동'에 도망친 여경 황당 변명…판사도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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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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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인천 흉기난동 사건 당시 경찰은 현장을 이탈해 아래층으로 내려오고, 피해자의 남편(붉은색 원)은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가는 모습.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3년 전 '인천 흉기난동 사건' 부실 대응으로 공분을 샀던 경찰이 '피해자 대신 자신이 흉기에 찔렸어야 했냐'는 식의 변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심 법원은 부실 대응 경찰의 형량을 소폭 올렸다.

25일 인천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 이수민)는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A(50·남) 전 경위와 B(26·여) 전 순경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1심에서 120시간만 부여했던 사회봉사 시간을 A 씨 400시간, B 씨 280시간으로 늘렸다.

이들은 2021년 인천의 한 빌라에서 주민 간 갈등이 벌어졌을 때 출동해 흉기난동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도 범행을 제지하지 않거나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다. 대신 피해자의 가족이 피해자를 지키려다 다쳤고, 피해자는 흉기에 목을 찔려 의식을 잃고 뇌수술을 받았다.

A 전 경위는 경력이 많은 경찰임에도 제대로 대응을 못한 점, B 전 순경은 흉기난동을 직접 목격했음에도 현장에서 이탈한 점 때문에 많은 비판을 샀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전 경위는 '구급차를 부르기 위해 빌라 밖으로 나갔다'면서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했고, B 전 순경도 '피해자 대신 흉기에 찔렸어야 했느냐'면서 변명했다"며 "그 사이 피해자 가족들이 맨몸으로 가해자와 싸우다가 다쳤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싸우면서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묵묵하게 일하는 대다수 다른 경찰관들의 자긍심도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양형을 어떻게 정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고인들이 초범인 점, A 전 경위가 이 사건으로 불명예 퇴직한 점, B 전 순경은 사건 당시 경찰 근무 6개월밖에 안됐고 현재까지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고, 그랬으면 항소는 기각했을 것"이라면서도 "직무유기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년을 실형으로 선고할 정도의 죄질은 아니어서 집행유예 기간과 사회봉사 시간을 늘렸다"고 덧붙였다.

A 전 경위와 B 전 순경은 양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이유 등으로 항소한 바 있다.

한편 흉기난동을 벌인 50대 남성은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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