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영업자 실업급여 지급액, '역대 최대' 폐업한 작년보다 11%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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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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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5월까지 실업급여 지급액 전년보다 10.6%↑
5월까지 수급자도 2067명...반년도 지나기 전 작년 수급자의 64%
올 3월말 자영업자 대출액 1113조...코로나 전 2019년 12월말 대비 51%↑
정부, 배달료 지원 등 자영업자 지원책 준비..."'좀비 자영업자' 키울 수도"
서울 종로구의 한 가게 앞에 붙은 '점포정리' 문구. 올해상반기에만 폐업신고를 한 자영업자 숫자가 1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넷 중 하나는 사장님(자영업자·소상공인)이다. 그리고 이들 셋 중 하나는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 우리 국민 7~8%가 일을 해도 마이너스(-)인 셈이다. 이같은 적자 영업의 원인은 ‘빚의 굴레’에 있다. 빚으로 버틴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고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자 막대한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한 이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자영업 폐업 지원 등 출구전략을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대한 자영업 구조 개혁을 위한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땜질 처방’을 멈추고 위기가 닥칠 때마다 휘청거리는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출구전략과 함께 ‘입구전략’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구덩이’ 자영업 시장에서 사람을 꺼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함부로 뛰어들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전문가들은 취업하지 못하고 창업에 나섰다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취업 지원을 강화하면서도, 창업에 뛰어들 이들에는 충분한 교육을 제공해 폐업 확률을 줄이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거 은퇴를 앞둔 중·장년이 ‘창업’ 외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금리가 내리고 물가가 낮아진다고 사정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계에 몰린 이들도 폐업만큼은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창업을 결정했을 때와 같이,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수많은 낙오자를 배출하는 자영업 시장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구조를 바꾸기 위한 첫 걸음,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올 들어 5월까지 자영업자 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가량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역대 최고의 폐업 신고를 기록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삼중고’가 이어지면서 자영업 폐업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 폐업은 비자발적 실업자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불안감을 높이는 상황이다.

23일 헤럴드경제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입수한 자영업자 실업급여 지급액을 보면 올 들어 5월까지 자영업자 실업급여 지급액은 76억75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69억4000만원)보다 10.59%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수급자도 2067명(중복 제외)으로 지난 한 해 수급자(3248명)의 63.6%에 달하는 상황이다. 자영업자 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폐업일 이전 24개월간 1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한 자영업자는 적자 지속, 매출액 감소, 건강악화, 자연재해 등 고용노동부령에서 정하는 사유로 폐업했을 때 가입기간에 따라 120~210일간 기준 보수의 60%를 실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다만,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은 의무가 아니다.

자영업자들이 마지막 보루로 생각한 보험의 지급액이 10%이상 늘어난 건 그만큼 자영업이 벼랑끝에 몰려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자영업자 위기의 징후는 진작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98만6000명으로 관련 집계 시작 이후 가장 많았다. 폐업 사유별로 보면 ‘사업 부진’이 48만2000명으로 최다였다.

올 들어서도 문 닫는 자영업자는 계속 늘고 있다. 6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5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13만5000명 줄었다. 2015년 10월(14만4000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폐업을 막아보고자 돈을 빌린 자영업자 336만명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금(가계대출 사업자대출)은 올해 3월 말 기준 1113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유행 직전 2019년 12월 말 대출잔액(738조원)과 비교하면 51% 늘었다. 대출자 수 역시 약 210만명에서 불과 4년3개월 만에 60%가 급증했다. 돈을 못 갚는 연체자 보유 대출 비중도 올해 3월 말 2.8%로 전년 3월(1.9%)보다 상승했다.

이러다보니 재기는 꿈도 못꾼다. 올해 2분기 자영업자 수는 566만8000명으로 1년 전(577만명)보다 10만2000명 줄었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6%를 기록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론 국내 자영업자 비율은 미국(6.3%)이나 일본(9.8%) 등 주요 선진국 대비 높지만 산업 변화와 상관없는 급격한 감소가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 폐업 증가는 자연스레 실업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실업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 6월 실업률은 전년동월 보다 0.2%포인트 올라 9개월째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비자발적 실업자’는 6월 123만75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105만8700명)보다 16.9% 늘었다.

이에 정부도 자영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 17일 제주 소상공인지원센터 등을 찾아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설명했다.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새출발기금 대폭 확대(10조원 이상) 등 채무조정과 함께 취업·재창업 지원을 지원하고, 연 매출 6000만원 이하의 소상공인 부담이 큰 배달료 수수료 부담에 대한 상생방안을 10월까지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 지원이 오히려 ‘좀비 자영업자’를 양산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폐업이 불가피한 소상공인에 정부 예산으로 배달비를 지원하는 방식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자가 폐업하거나 폐업 예정인 경우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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