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쇄신’ 올스톱...카카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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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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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구속 ‘초유의 사태’
AI 신사업·해외투자·경영 쇄신에 차질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박탈 가능성도
빼앗긴 ‘국민앱’ 타이틀·실적 정체 우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며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더욱 커지고 있다. 2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성남=임세준 기자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절정에 치달았다.

파장도 일파만파다. 당장 카카오는 인공지능(AI) 등 혁신 사업 추진이 ‘올스톱’ 됐다. 김 위원장이 이끌던 경영 쇄신 작업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재판 결과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까지 박탈, 연쇄적으로 기업 구조의 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오너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카카오 내부도 참담한 분위기다. 이미 사업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촉각을 다투는 글로벌 테크 경쟁에서 완전히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다.

▶카카오 새 판 짜기 ‘멈춤’...AI 등 신규 투자 제동·카뱅 대주주 박탈 위기=서울남부지법은 23일 새벽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SM엔터 인수를 두고 경쟁하던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시세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발이 묶이면서, 성장 가도를 달리던 카카오의 ‘시계’는 완전히 멈출 처지다. 당장 급한 것은 인공지능(AI)이다. 글로벌 빅테크기업들이 생성형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치고 나가는 새 카카오는 주도권 싸움에서 완전히 밀리는 모양새다. 네이버, SK텔레콤, 삼성전자, KT 등 국내 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협력 등 대규모 투자를 쏟아붓고 있지만, 카카오는 단 한 차례의 관련 내용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ICT업계 안팎에서 “길어지는 사법 리스크로 경쟁력 있는 토종 테크기업이 완전히 주저 앉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김 위원장이 이끌던 경영 쇄신 작업도 제동이 걸렸다. 김 위원장은 직접 경영쇄신위원장을 맡고 사명까지 바꾸겠다는 각오로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147개나 됐던 계열사를 124개로 줄이는 등 새 판 짜기에도 김 위원장이 깊숙이 관여했다. 경영, 신사업 등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속도감 있게 쇄신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기업 재정비 자체가 방향을 잃었다.

카카오와 계열사들의 해외 사업 신규 투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사법 리스크의 여파로 지난해 12월 카카오의 핀테크 계열사 카카오페이의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가 무산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FreeNow)’ 인수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이 박탈될 여지도 남아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6%를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재판 결과에 따라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의 형벌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빼앗긴 ‘국민 앱’ 타이틀, 시장 기대 못 미친 실적...곳곳 ‘빨간불’=이미 카카오의 각종 지표는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이용자 수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던 카카오톡은 ‘국민 애플리케이션’ 타이틀을 유튜브에 내준 지 오래다. 실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카카오톡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4543만명으로 유튜브(4625만명)에 밀려있다. 카카오톡은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유튜브에게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실적 역시 시장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올 1분기에 12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당초 시장의 컨센서스(전망치)를 5% 밑돌았다. 8월 8일 발표되는 카카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417억 수준이지만, 각종 리스크의 여파로 실제 실적은 이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들의 실적 전망도 먹구름이다. 카카오게임즈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1.2% 줄어든 2406억원, 영업이익은 94.9% 감소한 14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카카오톡 성장세 회복과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만, 절정에 이른 사법 리스크로 이마저도 빠른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매출 성장을 위해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메신저 서비스라는 본업의 성장과 AI 서비스의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박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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