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구속’ 카카오, 리스크 현실서 본격화”…95% 물린 ‘180만 개미’ 어쩌나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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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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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주가 올해만 24.40% 하락…최고점 대비 4분의 1 토막
김범수 구속, 카뱅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 연결 가능성 촉각
중앙집권체제 전환·해외 진출·AI 개발…신성장 동력 발굴 차질 우려
국내 증권사, 7월 들어 목표주가 줄하향…평균 -14%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왼쪽)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A(37) 씨는 주식 계좌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지난 2021년 7월께 주당 16만원 대에 샀던 카카오 주식 때문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카카오 주가는 4분의 1토막이 나고 말았다. A 씨는 “주변에선 물이라도 타라고 권했지만, 도무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 주가를 보고 있으면 추가 매수를 안 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면서 “좋은 소식 하나 없이 매일같이 악재만 이어지니 답답함을 넘어 포기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카카오가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 빠졌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다. ‘현재’의 카카오를 이끄는 메신저·광고 관련 사업이 흔들리고 ‘미래’를 책임질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대한 전략까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오너에 대한 ‘사법 리스크’까지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로 현실화하면서 카카오의 향후 주가 흐름도 ‘시계 제로(zero·0)’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서만 24.40%(5만4300→4만1050원) 하락했다. 종가 기준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2021년 6월 23일(16만9500원)과 비교하면 하락률은 무려 75.78%에 이른다.

앞서 이날 오전 1시께 서울남부지법(영장전담부장 한정석)은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이 없다고 항변해왔지만, 법원은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판단한 검찰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증권가에선 김 위원장의 구속이 올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카카오 주가엔 하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김 위원장의 구속이 카카오 주가에 미칠 가장 큰 악재로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요건 충족 여부가 꼽힌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금융당국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요건 충족 여부를 검토할 수 있고,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보유주식 한도(10%)를 초과해 보유한 은행 주식을 처분하라는 명령 등을 내릴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6% 중 17.16%를 강제적으로 팔아야 함으로써 대주주 지위를 잃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점은 최종 판결에서도 김 위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아직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는 오랜 기간이 남은 셈이지만, 카카오 경영진 역시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역량을 분산해야 한다는 점은 향후 신성장 동력 발굴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구속 수감된 점은 그동안 제기됐던 ‘사법 리스크’가 현실 속에서 시작된 것으로, 카카오 주가에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던 쇄신 작업과 중앙집권체제로 전환에 차질이 예상되는 점도 주가엔 부정적 재료다. 김 위원장은 현재 경영쇄신위원장이자 정 대표와 함께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으며 카카오 혁신을 진두지휘 중이었다.

해외 사업진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올해 북미 웹툰 사업 확장에 주력 중이었다. 이어 음악 사업 부문에서도 아티스트들의 월드 투어와 해외 앨범 발매를 비롯해 유수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현지 지적재산(IP) 제작 및 유통 네트워크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의 경우에도 하반기 글로벌 실작 공개로 해외 시장을 노크하려 했다”면서 “의사결정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서 투자 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가 반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신성장 동력으로 꼽혔던 AI 서비스 내재화 역시 암초를 만난 격이라는 지적이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본업 성장과 AI 서비스의 가능성이 올 하반기와 2025년 상반기 주가의 키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카나나 알파(AI 모델 개발), 카나나 엑스(AI 서비스 제공)를 구성했는데, AI 서비스의 구체화된 로드맵 제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의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는 가운데, 증권가의 목표주가 역시 날이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월 카카오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낸 15개 증권사 중 한 곳을 제외한 14곳에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평균 하향률은 14%로, 이들 증권사의 목표주가 컨센서스(평균치)는 5만8400원이다.

헤럴드경제가 대신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이보스5를 활용해 최근 3년간(2021년 7월 22일~2024년 7월 22일) 카카오에 대한 매물대를 20개 구간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95.23%의 매물이 현재 주가가 포함된 매물대 상단에서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카카오 주식을 거래한 투자자 100명 중 95명 이상이 손실 구간에 놓여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금융결제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카카오의 소액주주 규모는 약 179만명으로 삼성전자(작년 12월 말 기준, 467만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 말과 비교했을 때 카카오의 소액주주 수는 24만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눈물의 손절’을 감수했을 가능성이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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