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22일 국내 증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라는 대형 변수에 대응하며 반등의 기회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워낙 미 대선 구도가 최근 급변 국면에 놓이게 되면서 큰 혼란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19일 코스피는 1%가 넘는 낙폭을 기록하며 2795.46으로 장을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향한 피격 사건으로 시작된 지난 한 주간 코스피는 미국의 정치 불안정, 양대 후보 간의 무역규제 강화 경쟁, 빅테크 주가 후퇴 등 여러 악재에 60포인트 넘게 반납하며 다시 2800선 밑으로 내려왔다.
뉴욕 증시 역시 지난 19일(현지시간) 3대 주요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93%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71%, 0.81% 하락했다. 엔비디아가 2.61%, ASML이 3.11% 하락하는 등 기술주의 부진이 뚜렷했지만, 업종별로도 헬스케어와 유틸리티의 강보합을 제외하면 모든 업종이 하락해 전반적인 약세장이 펼쳐졌다. 가팔랐던 상승이 뒤늦게 조정을 받는 모양새다.
주간으로는 S&P500지수는 1.97%, 나스닥은 3.65% 급락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업데이트로 인해 전 세계의 교통·통신·금융 인프라가 동시다발로 마비되는 IT 대란이 발생한 것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줬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에 광범위한 매도 압력이 가해지면서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될 것"이라며 "지난주 외국인은 867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반도체업종에만 9550억원의 순매도가 집중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당분간 리스크온보다는 리스크오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 발표된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 역시 증시에 즉각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 이후 시장이 이미 '트럼프 대세론'을 반영해놓은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가 증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민주당의 대선 후보 교체가 또 다른 정치적 불확실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기정사실화에 따른 '트럼프 트레이딩'에서 '누가 될지 알 수 없다'는 기존의 대선 국면으로 복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예측 베팅 사이트인 폴리마켓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확률은 64%, 민주당 후보로 유력 거론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확률은 27%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 수락 연설에서 에너지 생산 대규모 증대, 전기차 의무화 폐지,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을 언급했던 점도 주목해볼 만하다.
또 이번 주부터 국내에서 실적 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상황에서 수출주를 중심으로 한 호실적 기대감이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발언의 증시 영향력이 높은 구간이 이어질 수 있으나 증시를 끌어내리는 이유로 작용하게 되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의 조정 장세를 빠르게 끝내줄 수 있는 요소는 이번 주에 더욱 본격화될 실적발표 기간"이라고 평가했다.
한지영 연구원은 지난주 조정에 관해 랠리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쌓였고 정치재료가 여파를 미친 결과로 진단하며 "여전히 대선 불확실성은 안고 가야 하지만 이번 주에는 대내외 경기 및 실적 이벤트를 소화하면서 낙폭 과대주를 중심으로 주가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