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33명 대선 후보 사퇴 공개 목소리…부통령 해리스 중심 결집 움직임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미국 민주당 안팎에서 대선 후보 사퇴 압박을 받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대결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도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내주 선거운동 재개를 시사하며 완주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러나 그의 대선 승리 가능성에 이미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 여론 및 후원자들이 속속 지지 대열에서 이탈해 후보 사퇴 압박에 가세하고 있어 그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은 한층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는 결국 시점의 문제일 뿐이라는 전망과 함께 바이든 대통령 가족들과 참모들이 본격적인 '출구 전략' 논의에 들어갔다는 전언도 나와 주목된다.
유세 도중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고 델라웨어 사저에서 요양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투표소에서 트럼프를 이길 수 있고 이길 것"이라며 "내주 선거운동에 복귀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사방에서 그를 향해 조여오는 사퇴 압박에 또 다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젠 오말리 딜론 바이든 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MSNBC 방송의 '모닝 조'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의 완주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
오말리 딜론 위원장은 "대통령 스스로 여러 차례 언급했듯 그는 이기기 위해 출마했으며 그는 우리의 후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레이스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바이든 선거캠프는 '대체 후보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힌 메모를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주변에서는 이 같은 공개적 반응과 별도로 바이든 대통령이 내부적으로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거취 문제에 대한 숙고에 들어갔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개적으로는 바이든 대통령과 선대위 모두 물러서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사퇴 요구에 한층 심각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민주당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도 이날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누가 11월 대선에서 이길 최선의 후보인지 숙고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주변 참모들은 이미 그의 결단에 대비해 구체적인 세부 사항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의 완주를 완강하게 설득해 온 가족들 역시 그의 사퇴와 관련한 논의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NBC 방송은 보도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날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침없이 터져나왔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가 모두 사퇴 불가피 입장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직접 설득에 나섰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압박이 한층 강도를 더하는 셈이다.
오하이오가 지역구인 셰로드 브라운 상원의원에 뉴멕시코가 지역구인 게이브 바스케즈 하원의원까지 가세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의 수는 모두 34명으로 늘어났다.
세스 몰턴 하원의원은 보스턴 글로브 기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최근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행사에서 만났다"며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미 후보 자리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계할 것으로 보고 그를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11~15일 미국의 성인 1천2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 10명 중 6명은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서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급하게 잡힌 핵심 후원자들과 회의에서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며 "우리는 이 선거에서 누가 국민을 우선하는 후보인지 알고 있다. 우리 대통령인 조 바이든"이라며 불안한 지지층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일부 민주당 핵심 후원자 가운데 일부는 해리스 부통령을 위한 모금에 나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여성 기부자들을 중심으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서약이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한 여성 정치 단체는 해리스 캠페인에 대한 조기 기부금 확보를 위한 활동에 착수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의 전당대회 이전 후보 사퇴를 결단하면 전대 투표를 통해 새로운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를 거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당에서 여기에 반기를 드는 후보가 없다면 전대 대의원 투표를 통해 자연스러운 승계가 마무리된다.
만약 복수의 후보가 출마하면 전대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한 후보가 나오기까지 여러 차례 투표가 이뤄질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당대회 이후 후보 자리에서 내려올 경우 제이미 해리슨 공화당 전국위 의장이 당 소속 주지사 및 의회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 전국위원회 투표로 새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전국위원회 산하 규칙위원회는 당초 결정대로 내달초 화상투표를 통해 후보를 확정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펠로시 전 의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새로운 후보 선출을 위해 공개적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규칙위는 이날 화상회의를 열어 최근 서한을 통해 위원들에게 전달한 내용과 현재 계획중인 절차에 대해 알렸으며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NBC 방송은 전했다.
규칙위는 오는 26일 다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대선 후보 공식 선출 방안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