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주미 강 “분쟁의 시대, 음악으로 사람들 위로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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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후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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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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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3년 만에 전국 리사이틀
타르티니ㆍ프로코피예프ㆍ프랑크 연주 
“음악이 전부…음악가의 사회적 역할 고민”
클라라 주미 강 [빈체로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밀도 높은 소리들이 단단한 내면을 꺼내온 듯 끊김없이 이어진다. 확신에 찬 활 시위에 실려온 뜨거운 감정들이 밀고 들어와 폭발한다.

클라라 주미 강(37·한국 이름 강주미)의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2악장. 주미 강이 지난해 마포아트센터 리사이틀 때부터 함께 한 1702년 제작 스트라디바리우스 ‘튜니스’로 들려준 이 곡에선 ‘외유내강’ 연주자의 정체성이 온전히 드러났다. 그의 음악이 ‘깎지 않은 원석 같고 남성적’이라는 튀니스를 만나자 보다 효과적으로 그의 내면에 가까운 소리가 들려왔다.

클라라 주미 강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신사동 거암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한국 이름 ‘강주미’로 소개하며 “제 나라이기에 한국에서 하는 공연은 언제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은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나고 자란 그는 클라라 주미 강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무대에 서왔다. 세 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이듬해 최연소로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 예비학교 입학하고, 다섯 살에 함부르크 심포니와 협연하며 데뷔했을 때에도 그의 이름은 클라라 주미 강이었다. 몇 해 전부터 그는 자신을 ‘강주미’라고 말하고 있다. 강주미는 “항상 한국이 그립고 특별하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한국을 그리워하는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는 것 같아요. 이전엔 3개월에 한 번씩 방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한 달 반만 지나도 한국에 오고 싶어요. 그만큼 외국에서 연주 생활을 하는 게 외롭고 힘든가봐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조국을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유럽에 있으면 한국에선 잘 먹지 않았던 비빔밥 같은 음식을 먹고 싶기도 하고요. (웃음)”

새로운 레퍼토리로 전국 리사이틀(9월 1~10일)을 여는 것은 3년 만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바흐와 베토벤 전곡을 연주한 그는 이번엔 자신 안에서 조금 더 깊은 연결고리가 있는 작품들을 꺼내 들었다. 주세페 타르티니의 바이올린 소나타 ‘악마의 트릴’,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에르네스트 쇼송의 ‘시’다. 피아노는 일리야 라시콥스키가 맡는다. 무엇보다 그는 “바이올린의 팬들이 좋아할 만한 곡들”이라고 귀띔했다.

클라라 주미 강 [빈체로 제공]


‘악마의 트릴’은 강주미의 음악 인생을 시작한 곡이다. 그는 이 곡에 대해 “너댓 살에 처음 연주한 곡으로, 나의 음악적 삶의 첫 번째 곡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프로코피예프는 강주미가 좋아하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는 “엄청난 메시지와 함께 희망과 위트, 용기가 동화처럼 스토리텔링된 곡”이라고 소개했다. ‘전쟁 소나타’로 불리는 이 곡을 꺼내든 것은 “프로코피예프가 2차 대전 때 작곡한 이 곡이 지금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에 관심을 갖고 마음을 쓰는 것 같아요. 음악인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요.”

오랜 시간 세계 무대에서 연주 활동을 해온 그는 “러시아,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등 정치와 무관하게 어느 곳에서나 연주를 하면서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이 연주자라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왔다. 강주미는 “그곳에서 만났던 관중들이 ‘오늘 너의 음악이 내게 큰 힘이 됐다’고 말해주던 것이 눈에 아른거린다”며 “지금 음악이 제일 필요한 곳은 사건 사고가 있는 곳인데, 정작 그 곳에선 음악이 차단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음악으로 위로하고, 희망을 주고자 하는 마음은 강주미가 오랜 시간 음악을 바라볼 수 있게 한 힘이었다. 그는 스스로 “음악적이지 않은 여가나 활동은 하지 않는. 음악이 전부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물론 연주자로의 삶에서 음악적 고민이 없는 날은 없다. 그럴 땐 “노래를 부르며 선율을 어떻게 풀어낼지 답을 찾는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해오던 방식이다. 그는 “제 삶에서 음악은 놓지 말아야 하는 것, 한 뼘 더 나아가 발전을 이뤄야 하는 것”이라며 “그 뒤엔 음악으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꿈이 매일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클라라 주미 강 [빈체로 제공]


2010년 센다이 콩쿠르,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은 강주미의 커리어는 지금도 멈춤이 없다. 2022년 영국 BBC프롬스에 데뷔했고, 올해엔 런던의 상징인 위그모어홀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연주했다. 올 여름부턴 레너드 번스타인이 만든 일본 삿포로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 BBC 프롬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를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전국 리사이틀을 시작한다.

“음악이 닿지 않는 곳, 사건 사고로 음악을 들을 수 없는 곳에서도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고 싶어요. 전 음악이 인류의 목소리가 될 수 있는 도구라고 믿어요. 어느 곳에서든 음악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자 프로필

헤럴드경제 문화부에서 뮤지컬, 클래식, 연극 등 공연예술과 K-팝, 미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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