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를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최태원, AI 큰 그림으로 ‘글로벌 톱’ 정조준 [비즈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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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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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귀국 최태원, AI 밸류체인 리더십 강화 ‘고삐’
AI 시대, HBM 날개 달고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글로벌 빅테크와 AI 동맹…시제품 들고 직접 홍보도
‘반도체위’ 만들고 ‘엔터프라이즈 AIX TF’ 신설도 추진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미국 ‘빅테크’ 연쇄 회동을 계기로 ‘인공지능(AI) 글로벌 톱티어(top tier)’ 기업으로의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DNA를 ‘반도체부터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SK의 AI 생태계로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AI 파트너십 강화 뿐만 아니라 AI·반도체 드라이브를 뒷받침 할 내부 조직개편도 속도 있게 진행 중이다.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이 최근 미국 새너제이 인텔 본사에서 팻 겔싱어 CEO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랩 캡처]


9일 최 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귀국 하면서 SK그룹의 ‘AI 밸류체인(가치사슬) 리더십’ 확보를 위한 전열 재정비 작업도 한층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시대를 맞아 SK그룹을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것이 최 회장의 복안이다.

최 회장은 특히, SK하이닉스의 HBM, SK텔레콤의 ‘에이닷(A.)’을 핵심 축으로 AI 생태계 리더십 구축에 공을 들이는 상태다. 2주 넘게 진행된 미국 출장 기간 동안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인텔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달아 만난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 SK는 ▷1980년대 유공(현 SK이노베이션) ▷1990년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2010년대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인수 성공으로 에너지, 정보통신, 반도체를 모두 거머쥔 자산 기준 재계 2위로 성장했다. 다만,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톱’에는 올라서지 못하며 항상 선두 업체를 추격하는 위치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HBM이 빛을 발하면서부터다. ‘메모리반도체 만년 2위’ 이미지였던 SK하이닉스가 현재 HBM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2013년 관련 업계서 가장 먼저 HBM 개발에 뛰어든 전략이 적중했다.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 시장의 약 90%를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 4세대(HBM3)와 5세대(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업계서는 SK하이닉스의 HBM 경쟁 우위가 최소 1~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달 초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는 생산 규모와 수율, 주요 HBM 고객사와의 입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향후 1~2년 동안 매출 선두 자리를 내줄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자연히 SK 내부에서도 ‘우리도 AI 리더십을 갖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됐다. 그룹 안팎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하이닉스반도체 시절이던 2001년과 2004년, 자금난으로 새 장비를 들일 여력이 없자 엔지니어들이 밤을 새며 구형 장비를 개조해 신제품을 만들어냈던 일화가 회자되는가 하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후 10여년에 걸친 HBM 투자가 선견지명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 회장은 이러한 HBM 경쟁력 자신감을 ‘AI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반도체 소재부터 제조, 서비스 구현까지 모두 가능한 장점을 살려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AI 동맹도 공고히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HBM 리더십을 바탕으로 엔비디아와는 차세대 HBM 기술협력을, 인텔과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혁신을 모색하고, TSMC와는 차세대 HBM 패키징에서 협력하는 식이다. AI 서비스 분야에서는 SK텔레콤의 ‘에이닷’을 기반으로 오픈AI, 아마존, MS와 손잡고 협업에 나선다. SK텔레콤은 세계 주요 통신사들의 AI 협력체인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 출범을 주도, 통신전용 초거대 언어모델(텔코 LLM)을 구축해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최 회장이 빅테크 경영진에게 SK와의 협력이 빅테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이번 출장 중 SKC의 반도체 소재 자회사 앱솔릭스의 ‘글라스기판’ 시제품을 직접 빅테크 경영진들에게 보여주며 SK의 기술 경쟁력을 직접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내부적으로도 AI·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한 재편 작업이 진행 중이다. SK그룹은 지난 1일부로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만들었다. AI·반도체 영역에서 계열사 간 협업을 촉진하고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다.

최태원 회장이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서 앤디 재시 CEO와 회동하는 모습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또, SK텔레콤과 SK C&C는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의 AI 사업기회 발굴을 위한 ‘엔터프라이즈 AIX 태스크포스(TF)’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SK㈜, SK이노베이션, SK E&S 등도 AI 수요 증가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립 등으로 청정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각 사의 에너지 사업역량을 모은 ‘클린에너지 솔루션’으로 AI시대에 대비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AI가 그간 에너지, 정보통신, 반도체로 성장해온 SK그룹의 발전 방향과 성격을 미래 지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본 것 같다”며 “반도체부터 서비스까지 AI 전 영역을 망라한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협력과 국내외 인재발굴 등에서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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