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전공의들 이제는 돌아와야”…정부 유화책에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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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후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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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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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 “의사들 조속히 돌아와야”
환자단체 “정부와 합의점 찾기를”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심장혈관센터에서 진료 대기를 하고 있는 환자들의 모습. 이용경 기자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정부가 모든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중단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환자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단 정부가 한발 양보하면서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대화와 타협으로의 국면 전환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다. 다만 정부의 ‘유화책’이 또다른 의사 집단행동 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9일 헤럴드경제가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정부의 유화책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간암 4기 판정을 받고 삼성병원에 입원해 항암 치료 중인 60대 남성 우모 씨는 “간암 4기 말기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 솔직히 이번 전공의 사직 사태를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며 “이미 수술을 할 수 있는 시기는 한참 지나 항암 치료만 받고 있지만, 그간 진행되는 갈등 사태를 보면서 환자 입장에서 많이 불안하기는 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부 방침에 젊은 의사들이 많이 돌아오기를 바란다”며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감정적으로 끝까지 기싸움을 해온 것 같지만, 그래도 의사들은 병원을 지켜야 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당뇨를 앓고 있는 50대 여성 오모 씨는 이날 오전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번 정부 방침에 따라 의료계가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정말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의대교수들도 그렇고 전부 의대증원 반대를 고수해 왔는데,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어떠한 행정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전공의들은 조속히 돌아오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방암 환자인 권모 씨도 “정부와 의료계가 계속 대치하면서 우리 환자들은 제때 치료도 제대로 못 받았다”며 “이렇게라도 물꼬를 트면 어떻게든 다시금 방법을 찾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이상 이번에는 전공의들이 조금은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채혈·채뇨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의 모습. 이용경 기자


정부는 전날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행정처분 철회’라고도 덧붙였다. 지금까지의 행정처분은 물론 앞으로도 행정처분이 없을 것이란 의미다. 또 정부는 복귀 전공의와 사직 전공의가 올해 9월 수련의에 재응시 할 경우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도 밝혔다. 의료 현장을 떠났던 것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같은 조치가 ‘의사불패’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의사 수련 체계의 연속성 유지가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환자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여전히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은 미지수인 상태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정부 발표 직후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일단 정부의 전공의들에 대한 유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면서 “의료계나 전공의들이 원칙론을 이야기하며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한다면, 그건 정말 국민들과 환자들을 배신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만약 또 다시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 정부도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환자들은 5~6개월째 신음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은 하루빨리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고 정부와 합의점을 찾아 국민과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다만 김 대표는 전공의들이 정부의 방침을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선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지금껏 전공의들의 여러 상황들을 봤을 때 원칙적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만큼 정부 방침을 수용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며 “그럼에도 우리 환자들은 일말의 희망을 갖고 조속한 협상이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인영 한국췌장암환우회장도 “환자들은 정말 한계에 있는 상황이라, 이번 조치로 전공의들이 돌아온다면 우리는 환영”이라고 말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X-ray실에서 진료 대기를 하고 있는 환자들의 모습. 이용경 기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정부의 전공의 복귀 대책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어떠한 긍정이나 부정의 입장도 내기 어려운 심정”이라며 “전공의 부재로 인해 수련병원인 서울 빅5 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의 혼란과 이에 따른 진료 차질 등 환자 피해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 복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단체는 이어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지만, 수련체계 연속성 등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일 수 있다는 것 역시 인정한다”며 “이 같은 전공의 복귀 대책은 이례적인 결정인 만큼 전공의가 신속히 의료현장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는 재발방지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의 이번 행정처분 면제 결정이 ‘면죄부’로 작용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정당화하고, 향후에도 이번 사태와 유사한 의사 집단행동이 재발할 가능성을 남겨놓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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