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자리 지킨 사람만 바보됐다”…정부, 요지부동 전공의에 모든 처분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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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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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마지막 출구전략…모든 행정처분 중단 제시
‘의사 성역화’ 더 공고해질 것 vs. 병원들 더 이상 못 버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정부가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에 대해 어떤 행정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완연한 유화책을 내면서 환자 곁에 남았던 전공의와의 형평성 논란을 지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불법집단 행동에도 의사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성역화’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8일 오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철회한다고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사직 시 1년 이내 동일 과목, 동일 연차 복귀가 불가능한 수련 규정을 바꿔 오는 9월부터 수련을 재개할 길도 열었다. 이들을 위해 연 1회인 전문의 자격시험도 추가로 시행할 예정이다.

의대 증원 2000명을 고수해낸 것 외에는 환자를 볼모로 잡고 정부 명령에 따르지 않은 의사 집단에 대해서 어떤 제재도 가하지 못한 셈이다. 이에 앞으로도 정부가 의료계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의료계가 집단행동으로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정부 발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국 정부가 꼬리를 내렸다”, “(의사들이)철저한 사익집단이면서 환자들 목숨줄 쥐고 흔드는데 정부가 면죄부까지 줬다”, “역시 감히 의룡인들한테 개길 수가 있나”, “정부가 용두사미로 끝내는 바람에 앞으로 의사들 기세 더 등등해지겠다” 등의 비판 여론이 표출되고 있다.

다만 정부는 행정처분 ‘취소’가 아닌 ‘중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행정처분을 아예 취소하면 정부가 그동안 내렸던 각종 명령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불거져 전공의 등 의료계가 역으로 소송에 나설 수도 있고, 현장을 지켜온 전공의들과의 형평성 시비가 크게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든다. 지난 4일 기준 전국 수련 병원 211곳 전공의 1만3756명 중 1104명(출근율 8.0%)이 근무 중이다.

아울러 의료 공백 해소를 바라는 수련병원과 환자들의 요청에 부합해 내놓은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조 장관은 “복귀나 사직을 결정한 전공의가 많지 않은데 지속되고 있는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서는 전공의 복귀가 필요하다”며 “전공의들은 그간 주 80시간을 근무하며 많은 고생을 했고 앞으로 필수의료를 책임질 젊은 의사라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될 수 있도록 수련체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단하에 고심 끝에 내린 정부의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9월 전공의 모집은 예년과 달리 결원이 생긴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22일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을 고려해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을 확정해 달라”고 수련병원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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