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재료에 담긴 인문학 이야기도 한술 떠 드립니다.
지난달 한 대형마트가 런치플레이션을 공략한 간편식 기획을 선보였는데요, 재밌게도 오이를 싫어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오이가 빠진 김밥을 출시했습니다. 이름마저도 '오싫모(오이 싫어하는 모임) 김밥'입니다. 몇 년 전 화제가 되었던 페이스북 페이지 '오싫모'(오이 싫어하는 모임)에서 유래했습니다.
여름만 되면 오싫모 회원들은 더욱 괴롭습니다. 냉면, 콩국수, 오이냉국 등 오이가 안 들어간 여름 메뉴가 없기 때문입니다. 호불호가 강한 탓에 이제 오이는 김밥 속 재료 자리마저 빼앗겼지만, 불과 200년 전만 해도 최상류층들만 먹을 수 있었던 채소입니다. 특히 영국에서 오이는 귀족들의 애프터눈 티(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의 차와 다과를 곁들인 가벼운 식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였습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즐겨 먹던 티 푸드가 ‘오이 샌드위치’였다고 하죠. 오늘은 비싼 몸값을 자랑하던 오이의 역사와 귀족들의 음식 오이 샌드위치 레시피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이 샌드위치는 마치 단색화 같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흰 도화지 같은 식빵에 오이의 푸릇함이 가로지릅니다. 맛보다는 눈으로 먹는 음식입니다. 왕실에서 꾸준히 즐겨 먹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또 배부르지는 않지만 더운 여름 입맛이 없을 때 해먹기 좋은 요리입니다. 만드는 법도 제법 간단합니다.
▶재료 : 식빵 2조각, 크림치즈, 후추, 오이, 소금
1. 깨끗이 씻은 오이를 채칼로 얇게 썹니다.
2. 채칼로 썬 오이에 소금 1t를 넣고 10분간 절여둡니다.
3. 식빵 두 쪽 모두 크림치즈를 바르고 귀퉁이를 자릅니다.
4. 절여둔 오이는 물기를 꼭 짠 다음 식빵에 올립니다. 마지막으로 후추를 뿌린 뒤 샌드위치를 잘라 담아냅니다.
오이 샌드위치의 핵심은 빵이 눅눅해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오이에는 물기가 많아 꼭 짜지 않으면 빵이 젖을 수도 있습니다. 또 크림치즈 또는 버터를 골고루 발라야 깔끔한 단면이 나옵니다. 최근에는 크림치즈 대신 그릭요거트를 활용하는 레시피도 인기입니다. 또 딜이나 허브 종류를 크림치즈에 섞어 풍미를 높이기도 합니다.